경기도 분당구 야탑동의 한 고시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故 김종학 PD의 빈소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1981년 MBC ‘수사반장‘으로 데뷔한 고 김 PD는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태왕사신기 등 굵직굵직한 드라마를 연출해 한국 드라마의 거장으로 불렸다.2013.7.23/뉴스1
검사 실명 거론하며 억울한 심정 토로…“처벌받을 사람은 당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원룸텔에서 지난 23일 숨진 채 발견된 프로듀서(PD) 고 김종학(62)씨가 유서에서 자신을 수사한 검사를 비판하는 내용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분당경찰서는 애초 “숨진 김씨의 유서는 에이(A)4용지 1장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만 담겨 있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5일 경기지방경찰청 등 복수의 경찰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사기 및 횡령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아온 고인은 에이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서 “김○○ 검사, 자네의 공명심에…음반업자와의 결탁에 분노하네. 드라마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에게 꼭 사과하게….”라고 썼다. 이어 ”함부로 이 쌓아온 모든 것들을 모래성으로 만들며 정의를 심판한다(?) 귀신이 통곡할세. 처벌받은 사람은 당신이네. 억지로 꿰맞춰, 그래서? 억울하이“라고 억울함도 토로했다.
고인은 이와 함께 자신의 변호를 담당한 변호사에게 “열심히 대변해 주어 감사하다. 혹 세상의 무지막지의 얘기가 나옴 잘 감싸주어 우리 가족이 힘들지 않게…꼭 진실을 밝혀주어 내 혼이 들어간 작품들의 명예를 지켜주게나“라고 썼다.
또한, 선후배 프로듀서들에게는 “드라마에 지금도 밤을 지세고 있는 후배들, 그들에게 폐를 끼치고 가네. 내 사연은 구○○ 변호사에게 알리고 가여. 혹시나 피디(PD)들에게 나쁜 더러운 화살이 가지 않길 바라며…“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혼한 전 부인에게 “여보 미안해. 몇십년 쌓아올린 모든 것이…여보 사랑해…그동안 맘고생만 시키고…여보 당신의 모든 거 마음에 알고 갈게 근데, 너무 힘들텐데 어떡해“라고 쓴 뒤, 두 딸에게는 ”하늘에서도 항상 지켜볼게. 씩씩하게 살아가렴 힘들 엄마,너희들이 잘 보살펴 주길 바란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해 정말 사랑해 안녕! 왜 이리할말이 생각이 안나지…“라며 글을 맺었다.
하지만 경찰은 숨진 김씨의 유서 가운데 ‘검찰수사에 대한 불만’ 내용을 숨겼다. 노동렬 분당경찰서 형사과장은 사건 당일 취재진에게 ”유서에는 최근 피소사건 수사내용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당시 검찰도 출입기자들에게 ”김씨 조사 당시 변호인이 입회하고 있었고 강압 등 문제될 만한 소지는 없었다. 김씨는 사업실패에 생활고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고 알렸다.
통상 경찰은 취재진의 곤란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해왔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적극적으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해 검찰 눈치 보기란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이에 대해 “유족들의 뜻에 따라 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다. 거짓말을 한 것처럼 비춰진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검찰 눈치를 보느라 검찰 수사 관련 유서 내용을 감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숨진 김씨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사기 및 횡령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김씨에 대한 진정을 접수하고 수사를 해온 검찰은 지난 17일 김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김씨는 19일로 잡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서울영등포경찰서는 <서울방송>(SBS) 드라마 <신의> 출연료 미지급과 관련해 지난 5월 배임·횡령·사기 혐의로 고소된 김씨를 지난달 2차례 소환 조사하고 출국금지 조처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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