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평택 구간 한달새 2차례 사고
폭우로 불어난 물에 터널 안에서 참변
동료들이 구했을 땐 살아있었는데
사쪽 지정병원에만 신고 뒤 기다려
철도시설공단·경남기업 ‘은폐’ 의혹
폭우로 불어난 물에 터널 안에서 참변
동료들이 구했을 땐 살아있었는데
사쪽 지정병원에만 신고 뒤 기다려
철도시설공단·경남기업 ‘은폐’ 의혹
고속철도(KTX) 공사장에서 일하던 하도급업체 직원이 수몰 사고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고속철도 공사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 사고 땐 119 신고가 늦어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 수서경찰서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실의 말을 종합하면, 집중호우로 서울 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졌던 22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수서~평택 고속철도 1-2 공구에서 일하던 하도급업체 직원 김아무개(32)씨가 물이 차오르는 터널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김씨가 이날 오전 8시께 장비 점검을 위해 공사현장 터널에 들어간 지 40분 뒤 터널 안에선 “사람 살려”라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동료 4명은 오전 8시55분께 터널 안쪽 130m 지점까지 들어가 김씨를 밖으로 끌어냈다.
시공업체인 경남기업은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고 오전 9시5분께 회사 쪽 지정병원인 ㄴ병원에만 연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구급차가 계속 오지 않자 공사, 관계자들은 사고가 발생한 지 45분이나 지난 오전 9시25분께에야 119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가 김씨를 싣고 인근 대형병원에 도착한 오전 9시32분까지 김씨의 맥박은 뛰고 있었지만, 결국 병원 도착 13분 만인 오전 9시45분께 숨을 거뒀다.
수서~평택 고속철도 공사구간에서 늑장 신고로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일 오후 5시30분께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마산리 수서~평택 고속철도 6-2 공구에서는 터널 공사장 암벽이 무너져 이주노동자 유센(24·타이) 등 2명이 숨지는 사고(<한겨레> 6월5일치 8면)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시공업체는 119에 신고하지 않고 회사 쪽 지정병원 구급차만 대기시킨 채 2시간 넘게 구조작업을 진행했다. 시공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은 유센 등이 숨진 것을 발견한 뒤인 이날 저녁 7시53분께에야 평택경찰서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공사를 총괄하는 철도시설공단과 경남기업이 사고가 외부에 알려지는 걸 꺼려해 지정병원에만 연락한 뒤 뒤늦게 소방서에 연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정우택 의원은 “두 사건 모두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면 소중한 인명을 잃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서울 노량진 수몰 사고와 해병대 캠프 사고 등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공사현장과 같은 위험지역의 사고대응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남기업 관계자는 “현장에서 급하다 보니 안내판에 적혀있는 지정병원으로 연락을 한 것이다. 사건을 숨기려던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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