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 배상액 깎여 피해자들 반발
일제 강점기 신일본제철에 강제동원된 피해자 4명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도 피해를 보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재판부가 신일본제철과 달리 원고들이 청구한 손해배상액 일부를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고법 민사5부(재판장 박종훈)는 30일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 정창희씨 등 5명의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피고는 정씨 등 5명의 유족한테 각각 800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정씨 등이 피해를 겪은 지 60여년 만이다.
정씨 등은 2000년 각 1억원씩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이 ‘청구 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기각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5월 ‘개인 청구권은 남아 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원고 청구액 1억원 가운데 8000만원을 인정한 것과 관련해 “신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는 강제노동 기간이 2년이 넘고 미쓰비시중공업 피해자들은 1년 남짓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승소를 환영하면서도 손해배상 금액 일부가 깎이고 재판이 뒤늦게 나온 것을 아쉬워했다. 피해자 박창환씨의 아들 박재훈(67)씨는 “위자료 청구액은 일제의 불법행위로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상징하는 것인데, 뒤늦게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피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도 어려운 강제노동 기간을 단순 비교해 2000만원을 깎다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고 쪽 하성협 변호사는 “서울고법이 신일본제철 사건에선 원고 청구액 1억원씩을 인정했는데, 미쓰비시 사건에선 차이를 둔 것을 수긍할 수 없다. 잇따를 것으로 보이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에도 영향을 주므로 유족들과 상고할지를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이국언 사무국장은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히로시마 등에서 원자폭탄 피해까지 입은 점을 고려하면, 재판부가 위로금을 줄인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씨 등은 1944년 8~10월 일본 히로시마의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돼 노동에 시달리다가 45년 귀국했으나, 원자폭탄 피폭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모두 숨졌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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