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설치기준 완화 시급, 60세이상 사망률도 급증
우리 나라 교통사고 발생은 꾸준히 줄고 있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도 40%에 육박하고 있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2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보행자 교통사고 실태 및 예방대책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1994년 26만6107건이던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지난해에는 22만755건으로 17% 감소했고, 사망자도 34.9%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보행 중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여전히 전체 사망자의 38.7%(94년 39.6%)에 이르러 교통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통사고에서 보행자 사망자 수가 많은 것은 보도나 갓길이 아예 없거나, 보도와 차도가 제대로 분리돼 있지 않는 등 보행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2003~2004년 발생한 32건의 보행자 교통사망사고를 조사한 결과 보도와 차도가 분리돼 있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 사고가 30건으로 전체의 93.8%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갓길이 없는 곳에서 발생한 사고도 20건으로 62.5%에 이르렀다.
성 박사는 “보도의 설치는 보행자 수가 1일 150명 이상, 교통량이 1일 2000대 이상인 곳에 설치하도록 돼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이런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좁은 지방도로 등에서 발생해 법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령별로 보면, 전체 사망자 가운데 14살 미만의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94년 14.6%에서 지난해 11.1%로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 노인 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31.1%에서 46%로 급증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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