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관문기 회선에 감청장비 연결
국가정보원(국정원)이 2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유선중계 통신망 감청장비를 활용해, 전화번호를 임의로 입력하거나 바꾸는 방법으로 불법도청을 했다”고 밝힘에 따라, 구체적인 도청 수법에 대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국정원 설명과 정보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정원은 휴대전화로 유선전화에 전화를 걸 때 거치는 유선 관문기 회선에 ‘아르투’(R2)라고 불리는 유선중계 통신망 감청장비를 연결한 뒤, 도청 대상 전화번호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도청을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특정 기관 근처 유선 관문기 회선에 아르투 회선을 연결한 뒤 도청 대상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 놓으면, 도청 대상자가 휴대전화로 이 기관에 전화를 걸 때 음성신호가 포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서울 지역 수만개 유선 관문기 회선 가운데 최대 120회선에만 접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도청 성공 확률이 0.4%에 지나지 않는 등 극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도청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120회선 가운데 90%는 합법 감청이었고, 나머지 10% 정도로 불법 도청을 했다”며 “더욱이 고속도로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두더라도 차량이 그곳을 지나가야만 찍히는 것과 같은 이치여서 성공 확률이 극히 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이런 설명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렇게 기능이 떨어지는 감청장비를 개발해 4년이나 사용했다는 게 의문스럽다. 또 실제로 실효성이 이처럼 낮았다면, 보고서에서 ‘전화번호 임의 입력이나 변경을 통해 불법 도청을 한 사실이 있다’고 ‘폭발성’ 있게 고백한 점이 이상하다. 이런 탓에 국정원이 ‘또다른 방법’으로 도청을 하고도, 사실과 다르게 축소 설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일부 통신 전문가들은 기지국과 교환기 사이에 도청 기능을 가진 교환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법 등이 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지은 김재섭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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