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률(51)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
라정찬 회장이 건넨 5억원 착복
“아이들 잘 부탁한다” 유서 발견
검찰, 구속했던 금감원 전 국장
뒤늦게 ‘배달사고’ 알고서 풀어줘
“아이들 잘 부탁한다” 유서 발견
검찰, 구속했던 금감원 전 국장
뒤늦게 ‘배달사고’ 알고서 풀어줘
재선 의원을 지낸 김종률(51)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이 라정찬(50·구속) 알앤엘바이오 회장으로부터 5억원을 받아 금융감독원 간부에게 전달하지 않고 중간에서 가로챈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서울 한강변에서 실종됐다. 김 위원장을 거쳐 라 회장에게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던 윤아무개 금감원 전 국장은 무혐의로 풀려났다.(<한겨레> 7월31일치 9면 참조)
12일 서울남부지검과 서울 방배경찰서 등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새벽 5시35분께 김 위원장의 차량과 신발이 서울 반포동 서래섬 근처 요트선착장에서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CCTV)에서 한 남성이 이날 새벽 3시15분께 선착장과 주차장을 잇는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확인했고, 김 위원장의 가족은 “걸음걸이가 (김 위원장이) 맞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김 위원장은 새벽 3시께 지인에게 ‘억울해서 죽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집에선 ‘미안하다,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그는 유서에서 “상실감과 절망감을 가눌 길이 없다. 이 꼴 저 꼴 보기 싫은 회의감만 있다. 제가 다 지고 간다”고 적었다. 그는 또 수사 검사를 언급하며 “정치적으로 민주당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사건 처리를 함에 있어 선처를 부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밤 11시께 충북 음성 본가를 찾아 어머니를 만나고 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11일 저녁 6시30분께 마친 검찰 조사에서 라 회장한테 받은 5억원을 윤 전 국장에게 전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챙겼다고 자백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1월27일 저녁 7시께 윤 전 국장을 만난다며 5억원이 든 쇼핑백을 들고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 도착한 뒤 운전기사를 떼어 놓고 식당에 들러 혼자 밥을 먹고서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이후 자신의 승용차에 탄 김 위원장은 기사에게 미리 준비한 대역을 가리키며 “저 사람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털어놨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대역까지 동원했다는 것이다. 라 회장과 김 위원장은 청주 신흥고 1년 선후배 사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김 위원장과 기사의 진술, 김 위원장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 등을 근거로 윤 전 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검찰은 금품 수수를 입증할 수 있는 팔래스호텔 폐회로텔레비전과 두 사람의 통화 내역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후 김 위원장이 돈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당일 저녁 7시2분께 윤 전 국장이 여의도 금감원에서 지하철을 타고 7시26분께 집이 있는 버티고개역에서 내린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하고 석방했다.
검찰은 윤 전 국장의 교통카드 사용 내역과 거짓말탐지기 등을 근거로 김 위원장을 추궁해 5억원을 가로챘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배달사고’였던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 1억원 이상이면 징역 10년 이상일 만큼 형량이 높고, 김 위원장의 시나리오가 완벽해 윤 전 국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받아들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5억원의 행방과 팔래스호텔에서 윤 전 국장의 대역으로 활동한 인물을 수사할 방침이었으나 김 위원장의 실종으로 난항에 빠졌다.
검찰은 지난 5월 알앤엘바이오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6월 라 회장을 구속했다. 라 회장은 알앤엘바이오가 상장폐지되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고 국외 유령 자회사를 설립해 정상 거래를 하는 것처럼 속여 100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라 회장은 이밖에도 불법 시술, 정관계 로비, 성추행 의혹 등도 사고 있다.(<한겨레> 6월29일치 1·8면 등 참조)
박유리 김효실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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