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지난해 12월15일 식당 예약 내역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지난해 12월15일 가진 점심 모임에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김민기 민주당 의원은 “김 전 청장이 지난해 12월15일 장시간 점심을 먹었는데 함께 밥을 먹은 사람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적힌 서울경찰청 정보과 직원들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전 청장은 “당시 누구랑 밥을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정치권 인사는 절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청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보면, 김 전 청장은 12월15일 점심때 청와대 부근인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위치한 ㅂ음식점에서 서울경찰청 정보과장 등을 만나 식사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저녁은 서울 구로구 고척동 ㅅ음식점에서 당시 서울 구로경찰서 서장 등과 만찬을 했다. 만찬 사실은 확인됐다. 당시 서울 구로경찰서장 등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5일 저녁 김 전 청장과 저녁 식사를 했다. 구로서가 실종 사건 해결 실적이 좋아 격려차 만들어진 자리였고 밤 9시30분께 자리를 파했다”고 밝혔다. 당일 서울경찰청장 관용차 운행기록(33㎞)도 서울경찰청에서 ㅅ음식점까지 왕복 운행하는 거리와 거의 같다.
그런데 유독 이날 점심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도 허위로 작성된데다, 김 전 청장도 정확한 답변을 회피해 의문을 키우고 있다.
업무추진비 내역에 함께 식사한 것으로 언급된 경찰 간부는 김 전 청장과 점심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김민기 의원실에 밝혔다. 당시 김 전 청장의 공용차를 운행했던 경찰 직원은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록에 왜 정보과와 밥을 먹었다고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날 김 전 청장이 경찰 직원을 만난 건 아니다. 오래전부터 알던 지인을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언론에 나오듯 정치인을 만난 것은 아니다. 곧 김 전 청장이 누구를 만났는지 밝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ㅂ음식점은 홀 주위에 외부와 차단된 방 4~5개가 ‘ㄱ자’ 형태로 둘러싸여 있는 구조다. 설렁탕, 수육, 한정식 등의 메뉴를 제공한다. 예약기록을 보면 ‘서울청’ 이름으로 지난해 12월15일 오후 1시에 7명의 점심 식사가 예약됐다.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보면 점심 식사는 오후 5시께 마무리됐고 28만원이 결제됐다. 점심식사를 4시간 동안이나 한 것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서울경찰청장이 평소에도 이례적인 ‘장시간 점심’을 먹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자리가 아니었느냐’는 의문이 뒤따른다. 김민기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 사건 중간 수사결과 발표 시기 및 내용,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112신고 기록 제공 등에 대해 중대한 결정이 이뤄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김 전 청장이 당시 서울경찰청 부속실 직원 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함구하고 있는 점도 의혹을 키운다. <한겨레>는 당시 김 전 청장의 수행비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ㅂ음식점 주인은 <한겨레> 기자에게 “(그날 김 전 청장이) 들른 것은 맞지만, 동행한 사람이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환봉 최유빈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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