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벨트) 값 500만원, 유흥비 1억원, 옷값 8000만원, 아들과 동거녀, 평소 아는 여성 등 지인 생활비 6억2000만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00억원짜리 변조 수표 사기 사건을 주도해 50여억원을 거머줬던 나아무개(51)씨가 한 달 동안 쓴 돈의 일부 내역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전담 수사팀은 21일 “지난 6월 일어난 ‘100억원 변조 수표 현금 인출 사기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며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사기 등 혐의로 주범이자 총책인 나씨를 비롯해 모두 37명을 붙잡아 8명을 구속하고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달아난 공범 3명을 수배하고, 피해액 중 34억4942만원(압수 11억4942만원, 몰수보전 23억원)을 환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주범 나씨는 ‘돈을 물 쓰듯’ 썼다. 범죄 수익 사용처를 수사한 바, 1개월 동안 15억7500만원을 유흥비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씨는 심지어 평소 알고 지내던 유흥업소 여종업에게 5000만원을 ‘팁’으로 줘 빚을 갚도록 해줬다”며 혀를 내둘렀다.
범죄수익금 100억원은 총책 나씨가 51억8100만원, 은행에서 수표를 제시하고 돈을 빼낸 이른바 ‘바지’ 구실을 한 최아무개(61)씨가 3억1천만원, 수표 변조책 강아무개(59)씨는 1억1천만원, 전주 알선책 김씨 형제(43·42)가 5억4800만원, 환전책 7명이 2억100만원을 각각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나씨는 범죄 수익금 가운데 13억원을 지인에게 빌려주고 10억7000만원은 산업채권과 호텔투자 비용으로 쓰는 등 모두 23억7000만원을 숨긴 사실도 드러났다.
총책 나씨는 지난해 10월 사건을 총괄 기획한 뒤, 지난 6월12일 국민은행 수원 정자지점에서 최씨를 통해 100억원짜리 변조 자기앞수표를 최씨 법인 명의 계좌 2곳에 분산 이체하고 현금화해 돈을 챙겼다. 사기범들은 은행에서 현금 3억원, 외화 97억원을 인출한 뒤 외화는 다시 명동 사채시장을 통해 전액 ‘돈세탁’하는 수법으로 현금화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이번 범행이 가능했던 것은 나씨 일당이 진본 수표발행 번호를 입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표 발행 때 예금통장에 수표번호를 기재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위조수표 감별교육 강화, 감별기 교체 등을 금융감독위원회 등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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