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의사 있는지 사전문의 뒤
간담회 열려다 비판 일자 취소
법관 임용 위한 경력관리 의혹
변협 “법조일원화 근간 흔드나”
간담회 열려다 비판 일자 취소
법관 임용 위한 경력관리 의혹
변협 “법조일원화 근간 흔드나”
대법원이 대형 법무법인(로펌) 관계자들을 불러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재판연구원(로클럭)들의 취업 설명회를 열어 취업을 알선하려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대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말을 종합하면, 법원행정처는 이날 오전 김앤장 등 10대 대형 로펌의 인사담당자를 초청해 ‘재판연구원 채용 관련 간담회’를 열기로 하고, 이달 초 대형 로펌과 변협에 공문을 보냈다. 참석자는 법원행정처 차장과 담당 심의관, 변협 대표와 함께 10대 로펌의 인사책임자 등이었다. 법원행정처는 간담회 전에 재판연구원들을 채용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고, 재판연구원들에 대한 정보 요청이나 문의사항 등을 접수한다고 알렸다. 특히 이 행사를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이 사실상 재판연구원들의 취업 알선 행사라고 지적하고 행사에 불참하기로 하자, 대법원은 지난 16일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재판연구원 제도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 등 변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 가운데 일부를 선발해 2년 동안 재판 업무를 보조하게 하는 제도로, 이들은 ‘예비판사’로 불렸다. 올해부터 시행된 법조일원화 제도에 따라 법관에 임용되려면 적어도 3년 이상 법조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판연구원들은 변호사로 1년의 경력을 더 쌓아야 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로스쿨 1기 출신 재판연구원 100명을 처음으로 뽑았고, 이들의 임기는 내년 2월 끝난다.
대한변협은 이날 논평을 내어 “재판연구원 제도를 판사 임용의 전 단계로 생각해 그들을 대형 로펌에 취업시켜 경력 관리에 나서겠다는 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사법기관의 엘리트주의를 근절시키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제도를 근간부터 흔드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법원행정처는 해명자료를 통해 “재판연구원이 법조계에 활발히 진출해 장기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법조일원화 제도의 정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재판연구원의 업무와 이들의 성과가 어떤지 법조계의 문의가 많아 이를 설명하고 이들의 진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려는 것일 뿐, 재판연구원의 경력 관리 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우수한 인력을 뺏길 수 있다는 조바심에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사법연수원 졸업 뒤 우수한 인력이 바로 법관으로 임용됐지만, 법조일원화 제도 시행 뒤 법관이 되기 위해 로펌·검찰 등의 경험이 필수화되자 법관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1기 재판연구원들의 취직을 알선해 ‘재판연구원이 되면 10대 로펌에 취직할 수도 있고 경력관리 뒤 다시 법원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우수 인력 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법원의 의도가 있었다는 해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조계의 ‘갑’인 법원과 그 눈치를 봐야 하는 로펌들 사이에 재판연구원 취업을 매개로 권력관계가 생길 수 있고, 법원과 대형로펌 사이에 이른바 ‘회전문 인사’ 관행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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