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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탈북 서울시 공무원 간첩혐의 무죄
국정원서 받아낸 여동생 진술 “모순”

등록 2013-08-22 20:17수정 2013-08-23 08:37

법원 “객관적 증거와 일치안돼”
협박·회유는 없었다 판단
민변 “탈북자 조사 개선 필요”
탈북자 신원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됐던 화교 출신 탈북 서울시 공무원 유아무개(33)씨가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유씨 여동생(26)으로부터 거짓진술을 받아내 조작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단독] “국정원서 6개월 감금에 폭행·회유거짓 증언, 큰삼촌이 살붙여 완성”)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22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유씨에 대해 간첩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중국인인데도 북한 국적으로 속이고 탈북자 정착지원금을 받은 혐의(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등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유씨 간첩 혐의의 유일한 증거였던 여동생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느냐 여부였다. 여동생은 지난해 10월 탈북자 신분으로 입국해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오빠와 내가 세 차례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국정원은 이를 근거로 유씨를 구속했다. 하지만 재판에서 여동생은 “국정원의 협박·회유로 거짓진술을 했다”며 진술을 바꿨다.

재판부는 여동생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여동생의 진술이 (유씨) 간첩 혐의의 거의 유일하고 중요한 증거이므로 여동생 진술의 신빙성을 특히 신중하게 판단했다. 여동생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 중 일부는 객관적 증거와 명백히 모순되고 진술의 일관성 및 객관적 합리성이 없는 부분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여동생의 진술 가운데 직접 경험한 내용으로밖에 볼 수 없는 구체적인 부분조차 객관적 증거에 모순되므로 진술 전체를 믿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애초 여동생은 지난해 1월 설연휴 기간 유씨가 중국에서 가족을 만난 뒤 밀입북했다고 진술했지만, 그 기간 유씨가 중국에서 가족·지인들과 찍은 사진이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여동생과 국정원 조사관의 대질신문 및 여러 자료에 비춰, 합신센터에서 여동생이 폭행·협박·회유당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협박·회유도 없었는데 여동생이 오빠에게 불리한 거짓진술을 한 이유에 대해선 재판부도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씨가 탈북자 명단을 보관한 사실에 대해서도 탈북자 지원 단체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간첩 사건의 행위 상당 부분이 북한에서 일어나 어쩔 수 없이 증거조사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력이 입증되지 않으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이 후퇴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2004년 북한 국적으로 속이고 입국한 뒤 정부로부터 3년 동안 정착지원금 2565만원을 받고 한국 여권을 만들어 사용한 점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신분이 밝혀질 경우 한국에서 힘겹게 이뤘던 생활 터전을 모두 잃고 강제로 추방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북한에서 태어나 자란 유씨가 스스로 다른 탈북자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장이 30여분 동안 판결 요지를 읽어내린 뒤 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자 7개월 동안 구치소에 수감됐던 유씨는 눈물을 쏟아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을 내어 “국정원의 간첩사건 조작 의혹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역사적 판결로 크게 환영한다. 이를 계기로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탈북자 조사를 빙자해 어떠한 통제도 없이 장기간 간첩 수사를 벌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시급히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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