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부대변인을 지낸 여권 인사가 검찰에서 이명박 정부 실세로‘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53) 전 지식경제부 차관한테 원전업체의 로비 자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박 전 차관의 원전 비리 연루 의혹은 제기됐지만, 박 전 차관한테 직접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검찰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은 한나라당 부대변인 등을 지낸 이아무개(51·구속 기소)씨로부터 “원전 냉각수 처리 설비 공사 및 관리 전문회사인 ㅎ사 이아무개(75) 대표한테서 받은 3억원 가운데 몇천만원을 박 전 차관한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민간인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박 전 차관을 이르면 26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으로 불러 이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박 전 차관이 부인하면 이씨와의 대질 심문도 검토하고 있다. 이씨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에서 일하면서 박 전 차관과 친분을 쌓았고, 이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직 인수위 상임자문위원을 지내고 한나라당 부대변인 등을 거쳤다.
앞서 재경 포항중고 동문회장 출신의 ‘영포(경북 영일·포항)라인’ 원전 브로커 오아무개(55·구속 기소)씨는 검찰 조사에서 “2009년 2월 ‘원전 운영업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전 공사 계약을 계속 유지하려면 로비해야 한다’며 ㅎ사 대표 이씨한테서 3억원을 받아 이씨한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그동안 “오씨한테 금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박 전 차관한테 전달하진 않았다”며 계속 부인해 왔다.
검찰은 이씨가 오씨로부터 받은 3억원 가운데 일부를 박 전 차관한테 건네고 나머지는 가로챘거나 또다른 정치권 인사나 고위 관료한테 건넸을 것으로 보고 이씨가 받은 3억원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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