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82)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 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끼치고 있다”며 형제 간 화해를 권했다.
27일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윤준) 심리로 열린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양쪽의 대리인들에게 “양 당사자는 국민들의 큰 기대를 받는 사람인데, 이번 소송으로 인해 큰 실망을 끼치고 있다. 당사자들이 화해하려는 움직임은 없나? 진정으로 재판을 통해 판가름 나길 원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맹희 전 회장 쪽 대리인은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고, 이건희 회장의 대리인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대리인들이 당사자들을 잘 설득해서 원만히 화합해, 국민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쪽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동생인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다른 상속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으로 선대 회장의 상속 주식을 관리했다”며 4조원대 소송을 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이맹희씨 등의 청구는 이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고, 나머지 재산 역시 그의 소유라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전 회장은 청구 금액을 96억원으로 줄여서 항소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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