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녹취록 주장 증거로 충분”
검찰에 공소장 ‘범행 동기’ 변경 요청
검찰에 공소장 ‘범행 동기’ 변경 요청
수백억원대 회삿돈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53·수감중)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대만에서 체포된 선물투자자 김원홍(52)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는 27일 “이미 김원홍씨가 최태원 회장 등과 통화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이 증거로 제출돼 있다. 여기에 김씨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별도로 불러 증인신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김씨에 대한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검찰 수사 초기 중국으로 도피한 김씨는 지난달 31일 대만에서 붙잡혀 강제송환을 앞두고 있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김원홍씨가 횡령을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김씨가 내일 온다고 해도 김씨를 증인으로 채택할 의사가 없다. 이 부분은 오랜 시간 충분히 검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제출한 김원홍씨의 통화 녹취록에는 ‘최태원·재원 형제는 이번 횡령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김씨 발언이 담겨 있다.
재판부는 또 공소사실 가운데 최 회장의 ‘범행 동기’ 부분을 변경하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공소사실에는 ‘최 회장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중 김씨에게 전달할 투자위탁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돼 있다. 재판부는 이를 ‘최재원 부회장이 김원홍씨의 투자 권유에 따라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던 중 계열사 펀드 선지급 방안이 제시됐고, 김씨와 최태원 회장이 이를 논의한 뒤 최 회장의 선지급금을 김씨에게 송금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이는 최 회장 쪽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주장하던 내용으로 검찰의 공소장에는 빠져 있었다. 재판장은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이 범죄의 동기에 대해 다투므로 이 부분에 대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공소사실 변경으로 인해 유무죄와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제출된 증거관계 및 공소장 변경의 타당성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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