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을 앞두고 ‘정권 교체를 바라는 젊은 시인·소설가’ 명의로 국내 일간지에 광고를 실었던 문인들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문학을 길들이려는 권력의지에 대항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옹호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소설가 손홍규(오른쪽 둘째)씨와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당시 광고 집행의 실무자였던 손씨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날 국민참여재판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27일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신문광고를 실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소설가 손홍규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배심원들은 “광고 내용에 문재인 후보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지 않지만, 대선 5일 전 보수와 진보가 양분된 상황에서 ‘진보’라는 표현만으로도 누구를 지지하는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배심원들은 대부분 벌금 200만원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원색적이지 않고 여러 사람이 함께한 행위에 대해 대표 자격으로 기소된 점을 고려할 때 200만원은 과하다고 판단된다”며 벌금 액수를 100만원으로 정했다.
손씨는 지난해 대선 전 ‘정권교체를 바라는 젊은 시인·소설가 137명’ 명의로 한 일간지에 “우리는 정권교체를 원합니다. 그로써 자유의 영토가 한 뼘 더 자라나리라 믿습니다”는 내용의 광고를 실었다.
손씨와 함께 광고를 실었던 문인들은 이날 낮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재판은 개인이 아닌 문학에 대한 재판”이라고 항의했다.
앞서 지난 대선 당시 문 후보를 비방하는 신문광고를 낸 혐의로 기소됐던 보수논객 지만원씨도 지난달 24일 국민참여재판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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