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작년 10월 공포하고도
1억5천만원 안팎 예산 안잡아
“김지사, 피해자 고통 외면하나”
1억5천만원 안팎 예산 안잡아
“김지사, 피해자 고통 외면하나”
“일본에 이어 김문수 경기지사도 외면하면 어찌 하나요….”
28일 오전 11시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 80대 노인 5명이 들어섰다.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돼 일본 군수공장에서 노역에 시달렸던 이들은 ‘경기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여성근로자 지원조례’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생활보조비, 진료비 등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어놓고도 아직까지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5월 ‘돈을 벌 수 있다’는 일본인 교사의 말에 속아 일본 군수공장 미쓰비시중공업에 끌려갈 당시 김성주(85) 할머니는 14살이었다고 했다. 이듬해인 1945년 2월에는 김 할머니의 동생 김정주(82) 할머니 역시 같은 일본인 교사의 ‘일본 가면 언니를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일본 군수회사인 후지코시사로 징용돼 갔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고국을 떠나와 공장 철조망 안에서 노예 같은 생활을 견딘” 끝에 귀국해서 결혼했지만 ‘일본군 위안부 아니었냐’는 가족과 사회의 오해와 냉대 속에서 상당수가 어렵게 삶을 이어왔다.
김계순(85) 할머니는 “경기도에서 1월부터 조례를 시행한다고 하다가 5월, 7월로 미뤄지고 9월에도 어렵다 하니 힘들다. 김문수 경기지사께서 우리 같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도와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그러나 올해 감액 추경을 하는 등 재정상의 어려움을 들어 예산 편성이 어렵다는 태도이다.
경기도의회와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여성근로자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징용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조례를 선포했다. 조례는 생활 보조비로 다달이 30만원, 진료비 월 30만원 이내 지원, 사망시 장례비용 100만원 지원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가 시행될 경우 경기도내 강제동원 피해 여성 43명에 대한 지원액은 연간 1억5000만원 안팎으로 예상되지만 조례는 제정 1년이 다 되도록 낮잠만 자고 있다. 경기도의 올해 예산은 15조6000억원이다.
조례를 발의한 경기도의회 장태환 의원(민주당·의왕2)은 “조례는 법령임과 동시에 도민과의 약속인데 김문수 지사가 조례를 공포해 놓고는 시행할 예산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피해 할머니들이 겪은 역사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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