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30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석기 녹취록’에 나오는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정원서 확보…참석자들 “전쟁준비” “총기마련” 등 언급
이 의원 “평화 실현하려 한 것…내란음모 혐의 납득 못해”
이 의원 “평화 실현하려 한 것…내란음모 혐의 납득 못해”
이석기(51)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진보당 경기도당 인사들이 참석한 모임 녹취록(이석기 녹취록)이 30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5월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열린 모임에서 나온 발언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이 녹취록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의 주요 증거로 국가정보원이 확보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모임에서 이 의원은 “전쟁을 준비하자”는 내용의 강연을 했고, 참석자들은 권역별 소그룹 토론에서 “통신·유류 시설을 타격해야 한다”, “총기를 마련하자”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진보당은 이 녹취록이 “날조 수준으로 왜곡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당사자인 이 의원도 저녁 7시30분께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당이 강사로 초빙한 모임에서 강연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은 녹취록이 외부로 유출된 경위와 관련해 “우리가 언론에 준 게 아니다. 국정원이 확보한 녹취록과 같은 것인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녹취록에서 이 의원은 “60여년간 형성했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한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시작된 전쟁은 끝장을 내자”고 말했다. 이후 참석자인 이상호(51) 경기진보연대 고문은 권역별 소그룹 토론에서 “전시에 통신과 유류고에 타격을 주자. 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데 인터넷에서 무기를 만드는 기초는 나와 있다”고 말했다. 또 “총은 준비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어떻게 총을 만들 것인가? 부산에 가면 있다. 기술이 발달되지 않은 항일 시기에도 만들어 썼는데 손재주와 결의만 있다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반박 기자회견에서 “당시 한반도 정세가 전쟁 위기라고 판단하고 모든 전쟁을 막자, 전쟁이 예고된다면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라며 “좀더 적극적이고 주동적인 항구적 평화를 실현할 기회로 바꿔내자고 한 것이다. (나는) 뼛속까지 평화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같은 정세인식이 저와 다르다고 하여 비판할 수 있으나, 이것이 내란음모라는 어마어마한 혐의는 납득할 수 없다. 국정원의 날조와 모략에 대해 한 치의 타협 없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의원직을 사퇴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녹취록의 내용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고 그렇게 말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김원철 하어영 기자 wonchul@hani.co.kr
[관련기사] 법원, 이석기 체포동의서 검찰에 보내
[관련기사] 국정원, 3년째 진보당 감청…내부 협력자가 ‘녹취’ 가능성도
[관련기사]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 내용
[관련기사] 오전엔 “100% 소설·모략” 오후엔 “모임은 열렸었다”
[관련기사] “한반도 전쟁위협 어느때보다 높아” 3·4월 국회서 위기론 되풀이 밝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