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지라니합창단
의혹 폭로해 해고당한 직원들 주장
“불우한 단원들 환경 부풀려 홍보
사업단 재정 운영 불투명 횡령 우려”
임 목사 “상황 지어낸 적 없다” 해명
“불우한 단원들 환경 부풀려 홍보
사업단 재정 운영 불투명 횡령 우려”
임 목사 “상황 지어낸 적 없다” 해명
‘아프리카의 빈곤 아동들이 합창단을 통해 희망을 되찾았다’는 미담으로 널리 알려진 케냐 지라니합창단이 아동 단원들의 상황을 허위·과장 홍보하고, 연간 1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불합리하게 운용했다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합창단이 속한 ㈔지라니문화사업단은 최근 의혹을 제기한 직원들을 잇따라 해고했다. 지라니합창단은 임아무개(63) 목사가 2006년 케냐 빈민촌의 어린이 80여명을 모아 창단해 2007년부터 미국·한국 순회공연을 다니고 국내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지라니문화사업단의 몇몇 전·현직 직원은 4일 “합창단 아이들의 가정이 대부분 가난한 건 사실이지만 합창단은 상황을 부풀리거나 허위사실을 통해 비윤리적으로 모금해왔다”고 밝혔다. 합창단 회장을 맡고 있는 임 목사는 2008년 언론 인터뷰와 공연 현장 등에서 1기 합창단원이었던 라우렌스(19)에 대해 “원래 지역의 깡패, 불량청소년이었다. 마약도 하고 험악하고 그랬던 아이인데 합창단을 접하고 (나쁜) 친구들 다 끊고 공부해 모범생이 됐다”고 말했지만, 이아무개(39)씨 등 사업단의 전·현직 직원들은 “라우렌스는 마약을 한 적도 없고 학교를 착실히 다녔던 학생”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사업단에서 일했다.
‘아이들이 쓰레기장에서 짐승들과 뒤섞인 채로 음식 쓰레기를 찾았었다’는 홍보도 과장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업단의 한 전직 관계자는 “동네에 쓰레기장이 있어 마을 사람 일부가 쓰레기를 줍기도 하지만 한국에 폐품 줍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비슷한 정도다. 마을 전체나 단원 아이들 모두가 쓰레기를 줍는 게 아닌데도 이런 내용을 지나치게 강조해,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여러 번 했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후원금으로 꾸려지는 사업단 재정이 불합리하고 불투명하게 운용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업단이 아닌 회장 개인 이름의 통장을 만들어 쓰고, 회장의 개인 자동차 보험, 적금 비용 등을 단체가 지급하는 등 횡령의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씨는 “2011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연평균 수익금 12억3489만원 중에 합창단 아이들 120명의 학비, 식량 지원금으로 쓴 돈은 4.7%(5865만원)로 회장의 연평균 급여액 6231만원보다 적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회장 등 경영진에게 회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이씨는 지난 7월 ‘직원 선동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날조하고 사실을 왜곡해 단체 대표를 비방하고 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사업단은 재정운용 상황에 대한 상세 지출내역과 증빙서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부 전문가들은 모금을 하는 단체는 어디든 재정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전현경 연구실장은 “미국 모금전문가협회(AFP)의 모금 윤리 규칙에는 지원 대상자의 존엄성을 존중하면서 모금활동을 펼쳐야 하며 재정 상황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돼 있다. 사람들의 선의에 기대는 모금활동에서는 진실하고 명확한 정보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목사는 “아이들 상황을 부풀리거나 지어내지 않았다. 현지의 열악한 상황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 단체 돈을 사적으로 쓴 적도 없다. 지라니는 구호단체가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 지도자를 육성하는 문화교육단체다”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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