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4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전재용 “조만간 입장 정리해 말씀”
검찰 “알아서 할 일” 일단 선그어
노태우, 미납 추징금 230억 완납
검찰 “알아서 할 일” 일단 선그어
노태우, 미납 추징금 230억 완납
1672억원의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전두환(82)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미납 추징금 자진납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노태우(81) 전 대통령은 미납 추징금을 모두 납부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은 4일 전 전 대통령 쪽의 미납 추징금 자진납부 논의에 대해 “그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재용(49)씨도 이날 새벽 1시45분께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최근 가족회의에서 추징금을 자진납부하기로 합의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서 잘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재용씨는 검찰에 출석해 가족 모임에서 논의중인 미납 추징금 납부 규모와 방법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자진납부 가능한 금액을 특정해 검찰에 제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도 재용씨가 밝힌 추징금 납부 규모와 방법에 대한 근거 자료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쪽의 미납 추징금 자진납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쪽의 자진납부 가능성에 대해 “그쪽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자진납부 논의는 검찰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미납 추징금 전액이 아닌 800억~1000억원 정도의 추징금을 자진납부하겠다고 할 경우엔 검찰로선 고민거리다. 이를 받아들이고 환수작업의 고삐를 풀면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수사를 통해 1672억원을 전액 추징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현재 재산이 비자금으로 조성됐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노태우 전 대통령은 동생 노재우(78)씨가 150억4000여만원을 납부해 16년 만에 미납 추징금을 모두 납부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돈이었던 신명수(72) 전 신동방그룹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80억원을 냈다. 이들은 최근 수개월 동안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자진납부에 관해 의견을 조율해 왔고, 합의에 따라 분납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신 전 회장을 상대로 “신 전 회장을 수사해 남은 추징금 납부에 사용하도록 해 달라”는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노 전 대통령 쪽이 이 진정서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쪽이 1990년대 초 신 전 회장에게 빌려줬다고 주장한 654억원과 관련해 신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무혐의 처분하고, 신 전 회장의 신동방그룹 계열사 정한개발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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