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보고 싶은 세 딸과.
[토요판/가족] 가족관계 증명서
우리 세 딸내미들 시방 뭐하노?
아빠는 비록 사무실에 있지만 세 딸들이 뭐하고 있을지 너무 눈에 선하다. 첫째 딸은 넘쳐나는 ‘책 사랑’을 주체하지 못해서 책을 읽고 있을 것이고, 이제 막 대학 신입생 꼬리표를 단 둘째는 방바닥에 철썩 붙어서 스마트폰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겠지? 중3 막내는 고입 연합고사를 준비하느라고 도서관에 있지만, 사실 아빠는 얼마 전에 우리 막둥이가 도서관 1층에서 디브이디(DVD)를 시청하고 있는 모습을 봤지. 감성이 충만할 나이에 얼마나 세상이 궁금하고 사람이 알고 싶고 놀고 싶겠어. 학창시절 학업을 살짝 제쳐두고 놀아본 아빠로서 유전적인 책임을 느꼈기에 그 순간 아는 척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사실 아빠는 창피하게도 신문을 읽지 않아. 하지만 한겨레 열독자인 첫째의 권유로 한겨레 토요판은 읽게 되었지. 이렇게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는 코너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망설임 끝에 이렇게 써본다. 엄마에게 연애편지를 써본 적도 없으니 도대체 글을 써본 적이 얼마 만인지 까마득하다.
너희에게 조심스럽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우리 세 딸이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엄마보다는 아빠를 더 좋아했던 것 같은데, 너희가 사춘기를 겪고 나서부터는 이 아빠가 세 딸과 엄마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아빠의 까끌까끌한 수염을 뽀얀 너희의 볼에 비비댈 때면 한 놈도 빠짐없이 까르르 웃곤 했는데 지금은 셋이 동시에 아빠에게 도끼눈을 뜨곤 하잖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남자에게도 갱년기라는 게 있는 모양이야. 오십대 중반 고개를 넘으면서부터는 괜히 쓸쓸하고 울리지 않는 핸드폰이 매정하고 엘티이(LTE) 속도로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구나.
알아, 아빠도. 담배는 첫째가 유치원 다닐 때부터 끊겠다고 했고, 절주를 하겠다는 약속이 수십 회가 넘어갔지. 또 애정표현이 서툰 아빠가 술이 취해 들어오면 딸들과 엄마를 얼마나 괴롭히는지도…. 아빠는 조금 더 엄격한 가정과 경직된 사회에서 자랐기 때문에 맨 정신에 하는 포옹이나 사랑한다는 말이 얼마나 쑥스러운지 몰라. 그래서 술을 빌려서 너희들에게 하는 표현들이 세 딸들에겐 많이 곤욕스러웠겠구나 싶다. 이런 곳에 쓰는 게 부끄럽지만 변기가 아빠 때문에 자꾸 더러워져서 깔끔한 나의 4명의 숙녀분들이 얼마나 진절머리를 내는지도 알아. 이 아빠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줘. 아빠도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조금만 알아주면 안 될까. 이 아빠는 간혹 딸들이 보내주는 카톡에 맘이 설레곤 하는 팔불출 아빠니까. 알라뷰 우리 딸내미들!
사랑받고 싶은 아빠가
▶ 가족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속 얘기를 사진과 함께 편지(원고지 6장 분량)로 적어 gajok@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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