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보호관찰소 도심 이전에 항의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학부모들이 9일 오전 성남시 서현동 성남보호관찰소 앞에서 침묵 농성을 벌이며 관찰소 직원들의 출근을 막고 있다. 성남/뉴스1
박 대통령은 ‘님비’로 규정…주민들 닷새째 밤샘집회 반대
여당 “의견 수렴 제대로” 요구에 법무부 “대안 마련” 선회
여당 “의견 수렴 제대로” 요구에 법무부 “대안 마련” 선회
주민들의 반발을 피해 지난 4일 새벽 기습 이전한 성남보호관찰소 문제를 두고 새누리당이 “잘못된 정책 결정은 당 차원에서 조속히 처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원점 재검토하라는 뜻을 법무부에 밝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를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 현상’의 하나로 규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무 부처인 법무부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은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으로 이전한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성남보호관찰소) 문제와 관련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불러 긴급 당정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정부의 정책 결정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라도 해당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구 의원인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도 “보호관찰소를 현 지역으로 옮긴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철수할 것을 요청했다. 이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보호관찰소가 주민의 분노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드시 뜻을 관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당과 충분히 상의하지 않은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고 새누리당은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4일 오전 1시께 분당구 서현동의 한 건물로 성남보호관찰소를 기습 이전했다. 성남보호관찰소는 성남·하남·광주지역 전과자 1500여명을 상대로 교육하고, 사회봉사명령 집행, 전자발찌 등 위치추적 전자감독, 야간외출 제한 감독 등을 한다. 성남보호관찰소는 2000년 수정구 수진2동에 들어섰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세 차례나 주변 건물을 전전했다. 2009년 분당구 구미동 이전을 추진하다가 무산됐고 2010년 5월과 올해 5월 분당구 야탑동으로 옮기려다 역시 주민 반발에 막혔다.
법무부가 기습 이전한 서현동 일대는 전철 분당선 서현역세권이어서 백화점·영화관·서점·피시방 등이 밀집해 초·중·고 학생들이 즐겨 찾는다. 반경 5㎞ 안에 초·중·고교 77곳이 있고, 학생 2만여명이 다닌다.
주민들은 지난 5일 ‘보호관찰소 이전 반대를 위한 분당 학부모 범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밤샘 농성을 이어왔다. 대책위원회는 “아이들이 신상도 알 수 없는 범죄자에게 24시간 노출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인데도,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다. 자녀들의 등교 거부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9일 오전에는 성남보호관찰소로 몰려가 직원 20여명의 출근을 저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경남 밀양 송전탑과 성남보호관찰소 문제를 대표적 ‘님비 현상’인 것처럼 발언한 것이 (법무부가) 이런 무리수를 두게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28일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어떤 갈등이 빚어졌을 때 ‘그게 시작된 지 벌써 7~8년이 됐는데 그 세월 동안 뭘 하고 있었나’는 등의 얘기를 매번 듣는다. 그런 일이 없도록 선제적으로,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과자는 성남보호관찰소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대상자들이 흉악범들도 아니고 음주운전 등 행정법규 위반자들이 대부분이다. 실체 없는 얘기들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로선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송채경화 김정필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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