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어려운 이웃 위해 써달라며 남 몰래 쌀 기증
11년간 대구 수성구청에 10㎏들이 쌀 2만 포대 후원
11년간 대구 수성구청에 10㎏들이 쌀 2만 포대 후원
올해도 추석 밑에 ‘키다리 아저씨’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9일 오후 3시께 11년째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나눔을 실천해온 ‘키다리 아저씨’가 대구 수성구청을 찾아와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달라며 10㎏들이 쌀 2000포대(4300만원어치)를 전달했다.
그는 “저소득층 주민과 사회복지관, 경로당, 저소득 보훈가족, 이북 5도민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해 넉넉한 추석 명절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 채 홀연히 발길을 돌렸다. 그는 이름과 주소 등 신분이 알려지는 걸 꺼려해 주변에서 명작동화에 나오는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수성구 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평안남도가 고향인 그는 한국전쟁 때 부산에서 잠시 머물다 대구로 올라와 양복지 도매상 등을 해왔다. 올해 95살인 그는 10여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여생을 보내겠다”고 다짐한 뒤 추석 때마다 쌀을 보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부터 대구 수성구청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해 20㎏들이 쌀 500포대를 전달한 이후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어김없이 찾아와 어려운 이웃들을 남몰래 도와주고 자취를 감춰왔다. 대구 수성구는 “11년 동안 키다리 아저씨가 쌀 10㎏들이 2만포대를 후원했다”고 밝혔다.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며 남몰래 선행을 베풀어온 키다리 아저씨의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 구순을 훌쩍 넘긴 그가 늘 건강하시도록 기원한다”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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