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원 LIG회장
구본상 부회장엔 징역 8년 선고
법원 “엄벌해야 기업범죄 막아”
법원 “엄벌해야 기업범죄 막아”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용관)는 13일 부도 직전인 사실을 숨기고 2000억원대의 기업어음(CP)을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사기)로 불구속 기소된 구자원(78·사진) 엘아이지(LIG)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구 회장의 맏아들 구본상(43·구속 기소) 엘아이지넥스원 부회장은 범행을 주도한 책임을 물어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구본엽(41) 전 엘아이지건설 부사장은 분식회계와 기업어음 발행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애초 엘아이지그룹은 기업어음 판매 이후인 2011년 2월 말 회생신청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전후사정 등을 고려하면, 이들은 2010년 12월 말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은 이를 숨겨 2011년 3월 법정관리 신청 전까지 모두 2087억원에 이르는 기업어음을 발행한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872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로 재무제표를 작성해 기업의 신용도를 올린 뒤 은행으로부터 1350억원의 대출을 받고 기업어음 판매에 영향을 끼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분식회계는 주주와 채권자, 거래 당사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며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려 시장경제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기업범죄다. 회생신청계획을 고지하지 않고 투자금을 편취한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높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편취금액을 직접적으로 챙기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는 기업범죄의 일반적인 특성이다. 대주주나 전문경영인에게 이득이 귀속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엄히 처벌하지 않는다면, 중대한 기업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룹과 이해관계가 없는 피해자들이 경제·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이들의 처벌을 강력히 원하는 점과 이들이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금감원·검찰 수사 및 재판에서도 진술을 번복한 점, 다수의 문서를 폐기하고 조작한 점 등 범행 이후 모습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구자원 회장의 경우, 엘아이지건설의 중요사항을 직접 보고받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그룹 총수로서 경영에 관여했지만, 범행을 주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78살의 고령인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맏아들 구본상 부회장은 범행에 결정적 구실을 하고, 엘아이지그룹의 경영권을 승계받을 지위에 있으며 이번 범행으로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평가해 중형을 선고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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