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출책 활동한 6명 구속
‘구직난’에 범죄 가담한 듯
‘구직난’에 범죄 가담한 듯
구직난에 시달리던 20대 젊은이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으로 일하다 무더기로 붙잡혔다. 중국 국적자가 주로 저지르는 보이스피싱 사기에 한국 청년들이 가담한 것은 드문 일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대출을 해주겠다며 선이자 명목으로 1000여명에게 150억여원을 받아챙긴 혐의(사기 등)로 보이스피싱 조직 국내 인출책 배아무개(24·여)씨 등 6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배씨는 남동생(22) 및 자신의 친구 나아무개(25·여)씨와 함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함께 살면서 보이스피싱에 속은 사람들이 보낸 돈을 자신의 통장에 옮겨 담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배씨 남매 등 인출책의 통장과 카드를 활용해 입금된 돈을 다시 유령법인으로 옮겼다. 경찰은 전북 익산에서 배씨처럼 인출책으로 활동한 윤아무개(23)씨 등 3명도 붙잡았다.
6명의 인출책들은 올해 6~9월 사기에 넘어간 1000여명으로부터 모두 150여억원을 통장으로 이체받았고 이 중 1억5000여만원을 심부름비 명목으로 받아 나눠가졌다.
20대 초·중반의 인출책들은 대부분 구직 사이트에서 ‘간단한 심부름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국내 총책을 접촉했다가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 누나 배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해왔고, 남동생은 대학 휴학 중이었다.
국내 총책이 인출책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분석해보니, 보이스피싱 조직은 인출책들이 돈을 가로채 도망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별도로 감시조를 활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 국적자로 이뤄져왔다. 한국 젊은이들이 가담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국내 사정에 밝아 범행이 용이하고 의심을 적게 받는 국내 젊은이들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구직난이 심해지자 젊은이들이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이런 범죄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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