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야스쿠니신사에 한국인 강아무개(23)씨가 22일 밤 무단침입했다가 붙잡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일본 경찰은 강씨가 야스쿠니신사에 불을 지르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22일 밤 9시께 야스쿠니신사 남문 옆 화장실 뒤에 숨어 있던 한 남자를 신사 경비원이 발견했다. 신사가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라 경비원이 신사 밖으로 끌어내려 하자 남자는 달아나면서 배낭에서 2ℓ 페트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본전 앞 참배객들이 참배하는 건물 쪽으로 던졌다. 이 과정에서 액체가 약간 흩뿌려졌다.
남자는 경비원한테 제압돼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에서 무직의 한국인이라고 밝힌 강씨는 한국 여권을 소지하고 21일 입국해 도쿄의 호텔에 투숙했으며, 이날 오후 5시께 신사에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경찰은 강씨를 일단 건조물 침입 혐의로 조사하고 있으나, 강씨가 방화 목적으로 야스쿠니신사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강씨가 던진 페트병에는 인화성 물질인 톨루엔이 들어 있었으며, 배낭에는 라이터 2개가 들어 있었다고 일본 경찰은 밝혔다. 일본 언론들도 강씨가 방화 목적으로 야스쿠니신사에 침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도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강씨가 23일 우리 영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고 망언을 자주 해 화가 나서 불을 지르려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는 현지 공관을 통해 강씨가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필요한 영사 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이후 여러 전쟁에서 사망한 일본 군인을 제사 지내는 곳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어 일본 고위 공직자들이 이곳을 참배하는 데 대해 한국과 중국에서 반발이 계속돼 왔다. 2011년 12월26일에는 외할머니가 옛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중국인 류창이 이곳에 방화하려다 미수에 그친 바 있다. 류는 곧바로 한국으로 입국해 지난해 1월 서울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졌다가 붙잡혀 재판을 받고, 지난 1월 중국으로 강제송환됐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