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와 변호인이 접견할 때 나눈 대화 내용을 교도소장이 녹음하도록 한 것은 수형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ㄱ씨가 자신과 변호인의 접견을 녹음하고 기록하도록 한 광주교도소장에 대해 낸 위헌 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했다. 헌재는 “대화 내용을 녹음하게 되면 교도소 측에 접견 내용이 노출돼 수형자와 변호사는 접견 때 상당히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 없다. 특히 국가 또는 구금시설의 장을 상대로 한 소송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그러한 요구가 더욱더 절실히 요청되므로, 수형자와 변호사와의 접견내용에 대한 녹음, 녹화는 허용되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수강도강간 혐의 등으로 2003년 징역 8년을 선고받고 광주교도소에서 복역하던 ㄱ씨는 2010년 교도소 내 두발규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을 낸 뒤 국선변호사를 선임해 접견을 했으나, 교도소장은 접견 내용을 녹취하도록 했다. 이에 다시 ㄱ씨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광주교도소장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박한철 헌재 소장과 김창종 재판관은 접견 녹취에 대해 ‘합헌’ 의견을 내며 “ㄱ씨는 교도관을 폭행하고 여러 차례 규율을 위반한 전력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녹음은 증거인멸이나 추가 범행을 예방하고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신 교환 등을 통해 변호사와 얼마든지 비밀스런 의견교환이 가능하다.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헌 의견을 낸 다수의 재판관들은 “수형자가 변호사와 모의해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형집행법에 따라 접견 자체를 제한할 수 있으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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