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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성폭행 신고해도 사건 접수조차 안해…이런 경찰 믿어도 돼

등록 2013-09-27 07:58수정 2013-12-11 16:25

남성 경찰이 피해 소녀 진술받고
“용의자 확인해달라” 대면 요구도
“부모님이 알면 안돼” 신고 꺼리자
규정 어긴 채 본서에 인계도 안해
4대악 척결을 강조하며 성폭력 사건 전담기구까지 만든 경찰이 흉기로 위협받아 성폭행당했다는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을 무시하고 사건 접수조차 하지 않은데다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의 기본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경찰서 ㅅ파출소 소속 치안센터에서 남성 경찰관 4명이 성폭력 피해자인 ㄱ(17)양을 조사한 뒤 진술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부 보고 및 사건 접수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당일 오후 3시께 고아무개(18)군은 친구인 ㄱ양에게 스마트폰 메신저로 안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ㄱ양의 스마트폰을 통해 ㄴ씨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내가 (ㄱ양의) 옷 벗기고 있다” 등 성폭행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ㄴ씨는 ㄱ양과 몇년간 알고 지낸 대학생이었다. 고군은 ‘오후 4시20분께 서초구 한 놀이터로 나오라’고 답장을 보내는 한편, 수업이 끝난 오후 4시께 친구 2명과 함께 ㅅ파출소 소속 ㅂ치안센터에 신고했다. 고군 등은 경찰관 3명과 함께 놀이터로 출동했지만 그곳에 혼자 나와 있던 ㄱ양은 “ㄴ씨가 도망갔다”고 말했다.

이후 ㄱ양은 50㎡ 남짓한 좁은 치안센터에서 4명의 남성 경찰관들에 둘러싸여 조사를 받았다. ㄱ양은 ‘흉기로 위협받아 성폭행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경찰은 ㄱ양의 말이 오락가락한다며 성폭행도 거짓일 거라고 단정했다. 또 경찰은 ㄱ양에게 “ㄴ씨를 대면시킬 테니 얼굴을 확인해달라”고 했다. 다행히 경찰이 부른 사람은 ㄴ씨와 동명이인이어서 두 사람이 만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1시간여 조사를 받은 ㄱ양은 “부모님이 알면 안 된다. 수사를 안 했으면 좋겠다”며 고군 등과 함께 치안센터를 떠났고, 경찰은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본서인 서초경찰서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경찰의 이번 사건 처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성폭력 조사 규정에 어긋난다. ‘지역경찰 업무매뉴얼’에는 “파출소에서는 피해 여성에 대한 피해조서를 작성하지 않고 격리된 장소에서 여경이 성폭행 여부를 간략히 확인 후 본서에 인계”하라고 돼 있다. 인계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원스톱센터에 옮겨져 여경에게 진술을 하게 된다. 피해자를 용의자와 대면하게 하는 것은 성폭력 사건 수사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ㅅ파출소 관계자는 “ㄱ양이 계속 거짓말을 했다. 게다가 ㄱ양이 ‘원스톱센터는 못 간다’, ‘신고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이런 식의 사건 처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지구대 소속의 경찰관은 “피해자가 신고를 취소해도 경찰이 성폭력 사건을 인지했다면 처리해야 한다. 파출소에서 피의자가 진술을 번복한다 해도 간단한 경위만 파악하고 경찰서에 넘겨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봉 박수지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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