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왼쪽)과 최재원 부회장
최태원 회장 항소심 징역 4년
‘1심 무죄’ 최재원 부회장도
징역 3년6월 선고받아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는 27일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려 선물투자 등에 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로 최태원(53·수감중) 에스케이(SK)그룹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최재원(50) 수석부회장에게도 징역 3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원이 재벌 비리를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내보인 셈이다. ▶관련기사 8면
재판부는 최태원·재원 형제가 김원홍(52) 전 에스케이해운 고문과 공모해 김준홍(48)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계열사 자금 송금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재원·김준홍의 진술 및 관련 증거를 종합하면, 김원홍은 최재원이 자신에게 투자위탁금으로 보낼 돈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계열사 펀드 출자금을 선지급해줄 것을 최태원에게 요청했고, 최태원이 이를 승낙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 회장 형제가 김원홍씨에게 보낼 투자위탁금 마련이라는 같은 동기를 가졌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무죄를 주장하는 최 회장 형제의 진술을 모두 배척했다. 특히 최 부회장이 1심에서 ‘내가 저지른 일’이라고 자백했다가 항소심에서 “1심 진술은 거짓이다. 실은 전혀 몰랐다”고 진술을 번복한 데 대해 재판부는 “(1심에서의) 허위 자백이라는 부분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으로 매우 구체적이고, 객관적 정황과도 부합한다. 유죄 가능성이 있는 최재원이 그룹 회장이자 형인 최태원을 보호하기 위해 자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회장 역시 항소심 막바지에 이르러 김원홍씨의 권유로 펀드 조성과 선지급을 했지만 송금 사실은 몰랐고, 김씨한테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어떤 방법으로 속았는지 설명도 없이 단순히 속았다고만 주장한다. 또 최태원이 김원홍을 고소하면서 펀드 출자금과 관련된 행위는 고소 사실에 넣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최태원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들 형제에게 “무속인 출신 김원홍씨의 말만 믿고 일확천금 획득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사회적 책임과 윤리가 중요한 기업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고 경제의 근간을 흔들어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의 주요 인물인 김원홍씨가 전날 국내로 송환된 뒤 최 회장 형제가 변론 재개를 신청했으나 “김원홍의 말을 믿을 수 없고, 실체적 진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충분히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최재원 부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