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에스케이(SK)그룹 부회장(가운데)이 27일 오후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 들어가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재판부 “죄질 불량” 형제에 질책
‘범행 자백’ 김준홍엔 집유 선고
‘범행 자백’ 김준홍엔 집유 선고
“도주의 우려가 있어 법정구속합니다.”
“도망가진 않겠습니다.”
계열사 돈을 개인투자에 쓴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최재원(50) 에스케이(SK)그룹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판결에 불만을 내비쳤다. 재판부가 도주의 우려를 들어 법정구속을 명한 뒤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최 부회장은 “왜 그런 판결을 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이 일(횡령)을 검찰 수사 때 비로소 알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최 부회장은 “도망가진 않겠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2시간가량에 걸쳐 선고 내용을 설명했다. 이를 듣고 있던 최태원·재원 형제는 재판부가 마지막에 선고 형량을 밝힐 때 서로 손을 꼭 잡았다. 최 부회장은 재판부가 법정구속한다는 말을 듣고는 고개를 떨궜다. 방청석을 가득 메운 에스케이그룹 직원들은 망연자실했다.
재판부는 이날 두 형제의 범행을 강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탐욕과 허황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에게는 “배임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를 받고 2008년 사면·복권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을 은폐하기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향후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들 형제가 항소심에서 무죄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기상천외하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주장” 등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검찰 수사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진술을 번복해온 태도에 대해 “규범의식이나 준법정신, 재판제도나 법원에 대한 존중이 있는지, 다른 힘을 더 중요시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반면, 재판부는 형제의 ‘심부름꾼’이었던 김준홍(48)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진지한 반성을 통해 범행 일체를 자백한 점을 참작했다”며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최태원·재원 형제와 김준홍 전 대표의 상반된 태도가 그들의 운명을 가른 것이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27일 오후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의 부인 노소영씨가 남편의 항소심 선거공판을 보려고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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