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대원의 <농원>, 데이미언 허스트의 <포 더 러브 오브 가드>(For the Love of God), 천경자의 <여인>, 장샤오강의 <혈연 시리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공
검찰 ‘추징금 환수’ 경매 앞서 공개
값싼 판화·사진 많고 진위도 의심
‘진품 미리 처분…안목 없다’ 평가도
값싼 판화·사진 많고 진위도 의심
‘진품 미리 처분…안목 없다’ 평가도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압류·압수한 미술품의 일부를 1일 공개했다.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경매 절차에 들어가기에 앞서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유명 작가의 작품 목록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그러나 가짜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도한 대로 성과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검찰이 공개한 작품은 추징금 환수를 위해 확보한 전 전 대통령 일가 소유 그림 50여점 가운데 나름대로 값이 나간다고 판단한 15점이다. 이들 15점은 작가명과 작품명만 공개됐을 뿐, 이대원의 <농원>을 제외하고는 크기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또 8점은 이미지를 함께 공개했으나 나머지 7점은 목록만 공개했다.
목록에서 이 미술품들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으로 표기됐지만, 이 가운데 일부만 유화 진품일 뿐 나머지는 값싼 판화나 사진이며, 진위가 의심스러운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고 미술계는 보고 있다.
미술품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가장 값이 나가는 작품은 이대원(1921~2005)의 <농원>이다. 120호 크기로 1억2000만~1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김종학의 <꽃>, 오치균의 <집>은 진품으로 추정되지만 크기나 제작 연도를 알 수 없어 가격을 산정하기 힘들다. 김환기(1913~1974)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그의 대표 연작 중 하나로 김 화백의 특기인 점묘 기법을 사용했다. 공개된 사진도판으로 봐선 100~120호 크기인데 값이 많이 나가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병우의 <소나무>는 사진 작품이다. 사진이기 때문에 유일성 여부나 에디션 넘버(인화한 사진 개수) 유무, 크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에디션 넘버가 없는 것은 대량 인화해 선물 용도로 쓰이는데, 값이 크게 나가지 않는다.
천경자의 <여인>, 프란체스코 클레멘테의 <우상>, 밈모 팔라디노의 <무제>, 프랜시스 베이컨의 <무제>, 장샤오강의 <혈연 시리즈>, 데이미언 허스트의 <포 더 러브 오브 가드>(For the Love of God)는 모두 판화다. 이 판화들은 대개 20만~30만원에 거래된다. 장샤오강의 작품은 서울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며 150만~200만원 정도를 부른다고 한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에디션 넘버를 봐야 하지만 최대 2000만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변종하(1926~2000)의 <새와 여인>, 겸재 정선의 산수화, 현재 심사정의 산수화, 호생관 최북의 풍류화는 진위가 의심스럽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미술평론가는 “미술계에선 전씨 일가가 실제 값나가는 진품들은 미리 처분했을 것이라거나, 아니면 아예 작품을 보는 안목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압수된 미술품은 압류된 전체 부동산 가격의 1000분의 1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압류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 가운데 부동산에 견줘 처분이 쉬운 그림들을 먼저 팔고, 값을 높게 받을 수 있다면 미국 등 국외 시장에서 처분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그림 목록을 공개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해 경쟁을 유도해서 비싸게 팔기 위한 것이다. 고가 그림은 추징금 환수에 의미가 있는 부분이라 최대한 높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임종업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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