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하씨 특정후보 비방 안 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동화 백설공주에 빗댄 풍자 포스터를 거리에 붙힌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팝아트 작가 이하(45)씨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 대해 “이씨가 그린 포스터 어디에도 특정 후보를 비방하거나 지지하는 명시적 표현이 담겨 있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 9명 가운데 8명이 박 후보를 그린 풍자 포스터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후보를 그린 포스터가 오히려 호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을 만큼 해당 포스터는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예술적 창작물로 보이고, 이씨가 예전부터 정치인에 대한 풍자 삽화를 그려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도 없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씨가 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얼굴을 반쪽씩 합성해 그린 포스터에 대해 배심원 5명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박근혜 후보가 백설공주 옷을 입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사과를 든 모습의 포스터 200장을 부산시내 택시와 버스 정류장에 붙였다. 그해 11월에는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얼굴을 반반 합성한 포스터를 광주광역시 등지에 붙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최후진술에서 “내가 그림을 그린 이유는 상식을 표현한 것이다. 정치인이나 선동가 등 정치적 목적을 갖고 그렸다면 처벌을 달게 받겠지만, 예술가의 긍지를 가지고 한 작업이다”라며 무죄를 호소했다.
과거 이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초상화에서 (추징금 미납을 풍자한) 29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있는 모습이나 코를 피노키오처럼 길게 변형시킨 작품 등을 선보인 적이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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