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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불합격 줄잇는 어린이놀이터, 폐쇄만 하면 안전?

등록 2013-10-02 20:50수정 2013-10-31 21:50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주엽동 강선초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정글짐 놀이기구에 아이들의 접근을 막는 굵은 줄이 쳐져 있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에 따라 예산이 부족한 초등학교 등의 어린이 놀이시설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고양/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주엽동 강선초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정글짐 놀이기구에 아이들의 접근을 막는 굵은 줄이 쳐져 있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에 따라 예산이 부족한 초등학교 등의 어린이 놀이시설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고양/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검사 100곳 중 12곳 불합격 판정
학교·동네시설 사용금지 잇따라

교체비 3천만~4천만원 달하지만
일선 학교 등 예산부족 ‘발 동동’
“규제 필요하지만 지원도 늘려야”
아이들이 안 보였다. 미로같은 정글짐을 맴도는 아이도, 구름다리에 매달린 아이도 없었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놀이시설 주변으로는 붉은 끈이 어지럽게 감겨 있었다. “선생님이 위험하다고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3학년 이아무개(9)양이 말했다. 2일 경기 고양시 강선초등학교 놀이시설은 폐쇄된 채 아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이 학교 놀이시설은 지난달 폐쇄됐다.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른 설치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최윤영 행정실장은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시설을 전면교체해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철봉 등 일부 시설은 철거하고 일부는 폐쇄했다. 폐쇄한 시설은 교체해 재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성저초등학교 등 다른 초등학교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아이들 놀이시설이 사라지고 있다.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으로 안전검사 불합격 판정을 받는 놀이시설이 늘고 있지만, 일선 학교나 주택단지 등이 교체를 위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제정된 이 법에 따라 2015년 1월까지 전국의 모든 놀이시설은 안전행정부(안행부)가 위탁한 전문기관의 설치검사를 받아야 하고, 검사에 불합격하거나 검사를 받지 않은 시설은 폐쇄된다.

초등학교뿐 아니라 일반 놀이터 놀이시설도 마찬가지다. 서울 마포구 성산1동 ㄱ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는 바닥재가 충격완화 기준에 미달해 최근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 놀이터는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2일 안행부의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검사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말 현재 전국 6만2355개의 어린이 놀이시설 가운데 합격 판정을 받은 시설은 3만952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1만7220곳이 아직 검사를 받지 않았으며, 불합격하거나 부분합격한 시설은 5611개에 이른다. 검사한 시설을 기준으로 불합격률은 12.4%다. 100곳을 검사하면 12곳이 불합격 판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검사가 더 진행됨에 따라 이용이 중지되는 놀이시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예산이다. 학교 시설의 경우 교체비용이 수천만원에 이른다. 서울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놀이시설을 교체하려면 보통 3000만~4000만원가량 비용이 든다. 교육청이나 지방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 학교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공립초등학교들은 각 교육청의 재정 상황에 따라 놀이시설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있고, 사립학교 역시 재단의 상황에 따라 놀이시설을 철거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사립인 서울 은평구 한 초등학교는 지난해 놀이시설을 철거했다. 특히 이 학교는 운동장이 좁아 놀이시설 사이의 이격거리 기준도 맞추지 못하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규제 일변도 정책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주영 한국생활안전연합 팀장은 “일방적으로 불합격 놀이시설에 대한 규제만을 강화하기보다는 국가가 예산 지원을 늘려 시설 개선에 앞장서고,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가 놀이시설을 감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이재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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