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창작자유 있지만 게시는 제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풍자화를 그려 기소된 작가 이하(본명 이병하·45)씨에게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전경훈 판사는 10일, 지난해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푸른색 옷에 수갑을 차고 29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서있는 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그림 55장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 벽에 붙인 혐의(경범죄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이씨에게 벌금 10만원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씨는 애초 벌금 10만원에 약식기소됐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전 판사는 “예술의 자유에는 창작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있다. 전 전 대통령의 그림을 그린 창작의 자유는 제한 없이 보장돼야 마땅하지만, 이를 붙이는 표현의 자유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 판사는 “다만 이씨가 범죄 전력이 없고 예술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판결 뒤 “벽에 그림을 붙이는 행위가 공공질서에 위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변호인과 상의해 항소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에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백설공주로 묘사한 풍자 포스터를 부산 시내에 붙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으나,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