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관들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조석래 회장 집·그룹 본사 등 압수수색
검찰, 2006년부터 효성자료 축적
탈세·비자금 혐의 집중수사 방침
회삿돈 빼돌려 국외부동산 샀는지
조 회장 횡령·배임 여부도 정조준
검찰, 2006년부터 효성자료 축적
탈세·비자금 혐의 집중수사 방침
회삿돈 빼돌려 국외부동산 샀는지
조 회장 횡령·배임 여부도 정조준
검찰이 11일 조석래(78) 효성그룹 회장 일가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다. 2009년 조 회장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어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검찰이 이번엔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가 우선 겨냥하고 있는 부분은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탈세 혐의다. 검찰 관계자도 이날 “이번 수사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부분은 탈세”라고 말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5월 말부터 4달여 동안 효성그룹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해 탈세 사실을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효성그룹의 비자금을 포착해 검찰에 자료를 넘긴 2006년부터 검찰이 축적한 효성그룹 관련 자료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효성그룹의 탈세 관련 자료는 트럭 한 대 분량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발생한 대규모 부실을 숨기고 그 뒤 10여년 동안 해마다 일정 금액씩 나눠 털어내는 방식으로 1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실을 숨기려면 이익이 발생한 해에 이익 규모를 줄여 신고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법인세 등을 탈루했다는 것이다. 또 조 회장 등은 회사 임원 등의 이름을 빌려 차명재산을 숨기면서 소득세 등을 내지 않은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조 회장 일가의 국외 비자금 조성을 통한 역외탈세 및 재산 빼돌리기 의혹이다. 조 회장의 맏아들 조현준(45) 효성그룹 전략본부장(사장)은 200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480만달러(구입 당시 기준)짜리 고급 별장을, 셋째 아들 조현상(42) 전략본부 부사장은 2008년 7월 하와이에 262만달러짜리 호화 콘도 등을 구입했다. 조 회장 일가가 이런 국외 부동산을 구입한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 그동안 계속 제기돼 왔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재산을 국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면서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효성그룹의 국외 계열사에 대한 집중 수사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운용한 정황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예정이다.
효성그룹에 대한 검찰의 본격 수사는 이번이 두번째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인 2009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효성그룹 비자금 수사에 나섰지만 송아무개(70) 전 효성건설 대표 등 전직 임원 2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당시 검찰은 ‘효성 쪽이 자료를 제출했다’며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 특히, 조 회장의 세 아들은 불러 조사도 하지 않았고, 조 회장은 참고인 자격으로 몰래 불러 조사하고 돌려보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어서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검찰이 씨제이그룹 비자금 사건 등 탈세 사건을 강도높게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 이번 효성그룹 수사는 사뭇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더욱이 효성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되고 검찰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쫓다 보면 불똥이 정·관계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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