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혐의 조현오·김용판 등
검찰·법원 갈때마다 경호 받아
“과도한 전관예우” 지적 일어
검찰·법원 갈때마다 경호 받아
“과도한 전관예우” 지적 일어
전직 경찰 고위직들이 위법행위를 저질러 검찰이나 법원에 드나들 때 현직 경찰관들의 경호를 꾸준히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 혐의를 받는 민간인을 경호한 경찰의 행위는 과도한 전관예우이자 공권력의 사적 사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조현오 전 경찰청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 등이 수사·재판을 받기 위해 검찰·법원에 출석할 때 현직 경찰관들이 39차례나 경호해왔다.
경찰은 지난해 10월5일부터 14차례에 걸쳐 조현오 전 청장이 재판에 참석할 때 경찰 직원을 파견했다. 조 전 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거액 차명계좌 발견설’을 퍼뜨린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지난해 9월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특히 경찰은 지난해 5월과 6월 조 전 청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두차례 출석할 때 수십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취재진과 불필요한 몸싸움을 벌였고, 조 전 청장에게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을 한 조현오는 사과하라”고 외친 60대 남성을 힘으로 제압하며 조 전 청장을 과잉 경호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지난 7월부터 재판에 출석할 때 8차례에 걸쳐 경찰 경호를 받았다. 제일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지난해 기소됐다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부터 17차례에 걸쳐 경호 및 재판 방청에 나섰다.
특히 김아무개 서울경찰청 정보1과 경감과 이아무개 서초경찰서 정보과 경위는 이들의 경호에 단골로 나섰다. 특히 이 경위는 법원 담당 정보관으로서 길 안내 등 의전을 위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김용판 전 청장 재판 때는 그의 부속실 직원으로 근무했던 최아무개 서울경찰청 정보1과 경위도 파견됐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관예우라기보다는 인간적인 차원에서 이해해달라. 아버지 같은 분이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모른 척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청은 공식적으론 이들의 활동이 경호가 아니라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경찰법 3조 등)를 위한 직무였다고 주장했다.
진선미 의원은 “범죄 혐의와 관련해 수사·재판을 받고 있는 경찰 고위직 출신들을 직전 부속실 직원들이 재판정에 모시고 가는 것은 경찰청 차원의 비호로 오해받을 수 있고 국민 정서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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