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집회 등 막으려 경찰 배치
청와대 빼고 최다…“공권력 남용”
청와대 빼고 최다…“공권력 남용”
경찰인가, 화단 경비대인가.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 주변에 조성한 화단 앞에 배치된 경찰관 수가 청와대 경비 인력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권력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서울지방경찰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가 주요기관별 시설보호 배치 인원’ 자료를 보면, 지난 4월부터 대한문 주변 화단에서 쌍용차 관련 집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배치된 경찰관 수가 하루 평균 300여명이었다.
이 화단은 지난 4월4일 새벽 농성장을 철거한 자리에 조성됐다. 당시 서울 중구청은 가로정비과 공무원 40여명을 투입해 10여분 만에 농성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40t가량의 흙을 붓고 묘목을 심어 150㎡(45평) 규모의 화단을 만들었다.
화단을 지키는 경찰관 규모는 대한문에서 1㎞가량 떨어져 있고 각종 집회·시위가 수시로 열리는 정부서울청사에 배치된 경찰관 40명의 7배가 넘는다.
이는 하루 평균 경찰관 80여명이 배치된 국회의사당 경비 인원의 4배에 가깝고, 주한 미국대사관(160여명)과 중국·일본대사관(각 30여명)을 지키는 경찰관 수에 견줘도 각각 2배·10배에 이른다. 전국에서 대한문보다 경찰 경비 병력이 많은 곳은 700여명이 배치된 청와대가 유일하다. 각급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경찰관 배치 없이, 공익근무요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대한문 앞 화단의 경찰 배치에 대해 “(쌍용차 관련 시위자 등이) 화단을 침범해 화단에 심겨진 나무와 질서유지선을 훼손하는 것을 막고, 화단 경비뿐만 아니라 수시로 발생하는 시위 등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하나 의원은 “집회가 열리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서울 중구청은 악의적인 목적으로 화단을 조성했고, 하루 300여명의 경찰관들은 ‘화단 경비대’로 무장해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는 정부가 법치정신을 스스로 희화화하는 일로, 박근혜 정부는 공권력 남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