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지중화 준공’ 기념 콘서트
유명가수 출연 등 3천만원 들여
유명가수 출연 등 3천만원 들여
“그래도 같은 나라에서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들인데….”
경기도 성남시가 분당구 구미동을 가로지르는 송전탑 철거 공사(전선 지중화) 완료를 기념해 ‘축하 잔치’를 벌이기로 해 뒷말이 나온다.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70~80대 노인들이 경찰과 충돌해 다치고 있는데 이런 행사가 적절하느냐는 것이다.
성남시는 24일 저녁 분당구 구미동 구미공원에서 ‘구미동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 준공 기념 콘서트’를 연다고 22일 밝혔다. 주현미 등 유명 가수들이 출연해 1시간30분 동안 공연을 펼친다. 행사에는 3000만원이 들어간다. 시 관계자는 “오랜 집단민원을 해결하고 도시 미관과 분당의 생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을 기념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전탑 잔치’ 계획이 알려지면서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송전탑 때문에 고통받는 밀양 주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참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구미동 주민이라는 한 트위터 이용자(@Dan****)는 “이 역시 시민 세금 아닌가요? 다른 지역은 송전탑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라고 지적했다. 또 주민 이성민(35)씨도 “힘없는 동네에선 노인들이 송전탑 때문에 경찰에게 사지를 들려 공사장 밖으로 쫓겨나가고 있다. ‘부자 동네’로 소문난 분당에서 송전탑 지중화에 성공했다고 꼭 이런 식으로 자랑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10년 동안 싸워 이뤄낸 성과를 기념하고 자축하는 일을 트집 잡아선 안 된다”는 반응이다.
구미동 송전선로는 분당 새도시 건설 당시인 1993~95년 중심부인 서현동에서 구미동으로 옮겨졌으나 구미동 지역까지 택지로 개발되면서 집단민원이 발생했다. 이후 10년 동안의 진통 끝에 2005년 5월 사업비(1258억원)를 성남시(55%), 한전(45%)이 분담하기로 하면서 지중화 공사에 합의했다. 이에 송전탑 9기가 지난 6월 말 철거됐고 345㎸ 송전선로 2.5㎞ 구간이 지하에 묻혔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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