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국민행동 “투표, 금·관권 선거 전락…고리발전소 활용 검토를”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주민 투표를 통한 부지 선정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갖춘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민들을 이간질시키는 한 방편이라고 주장한다.
30일 오전 서울 언론회관에서 열린 ‘민주주의 역행·지역갈등 조장하는 핵폐기장 추진 중단’ 기자회견에서도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러한 우려를 집중적으로 나타냈다. 500여개 시민·환경단체들의 연대단체인 ‘반핵 국민행동’이 주최한 회견에서 이들은 “정부가 부안 항쟁을 겪고서도 지역 지원을 미끼로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쟁을 부추기며 다시 일방적인 부지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부지의 기준과 선정방식, 핵폐기물 분류와 관리 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과정은 사라진 채 지역 투표만이 강조돼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그나마 주민 투표도 금권과 관권 선거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북 군산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고 △지자체 공무원 전원이 원전센터 유치를 홍보하는 내용의 휴대폰 컬러링 설정 △핵 관련 시설 주민 무료 견학 △부채·수건·식권 등 각종 금품 살포와 수억원의 홍보 캠페인 예산 집행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홍준 군산핵폐기장반대 범시민 대책위 상임대표는 “시장이 구속된 상태여서 선거로 뽑히지도 않은 부시장이 핵폐기장 유치를 주도하고 있다”며 “전 시청 공무원들이 거리 유치홍보에 나서고 반대 시민에게 조직적으로 접근해 회유 활동을 펼치는 중”이라고 밝혔다.
양재성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은 “정부는 무조건 핵폐기장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주장만 내세우지 말고 곧 사용 연한이 끝나는 첫 원전 발전소인 고리 발전소를 폐기물 보관 장소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대표,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이석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표, 이선종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 시민단체 관계자와 군산·경주지역 주민 30여명이 참석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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