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고사 금지 유형 제시…수시 2학기부터 적용
외국어 지문 번역, 수학/과학 풀이 과정
단답형/선답형, 특정교과 암기지식
교육인적자원부는 30일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 도입 및 일부 대학의 본고사형 논술문제 출제로 논란을 빚어온 대입 논술고사와 관련해 그동안 문제가 된 네 가지 본고사형 출제 유형을 금지하는 ’논술고사 기준’을 마련해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날 논술고사를 “제시된 주제에 관해 필자의 의견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도록 하는 시험”으로 정의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유형으로 △단답형 또는 선다형 문제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수학·과학과 관련한 풀이의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외국어로 된 제시문의 번역 또는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동안 여러 대학에서 우리말 지문과 영어 지문을 함께 주고 이를 바탕으로 견해를 서술하도록 하는 논술문제를 내 왔으나, 교육부는 이 또한 네번째 금지 유형에 해당한다고 밝혀 앞으로 논술시험에는 어떤 형태의 외국어 제시문도 나올 수 없게 됐다.
교육부는 올해 수시 2학기 대입 전형부터 이 기준을 적용해 사후심의를 한 뒤 금지된 유형의 문제를 낸 대학에는 학생모집 정지·감축, 예산 지원액 삭감, 재정 지원사업 신청자격 박탈 등 강력한 행정·재정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심의를 담당할 논술심의위원회는 시도교육감협의회, 교원단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의 추천을 받아 교사·교수·교육전문가 등 18명으로 구성됐다.
서남수 교육부 차관보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해 출제 가능한 논술고사 유형을 제시하지는 않을 방침”이라며 “대신 고교 교육용 논술자료 개발과 <교육방송> 논술 강의 등 학생들의 논술 능력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대를 비롯한 대부분 대학은 교육부 기준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종섭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대가 2008 학년도부터 정시모집에서 치르기로 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의 방향은 교육부가 내놓은 기준과 일치한다”며 “영어 제시문을 허용해 달라는 서울대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학생들의 부담을 고려해 교육부의 불허 방침을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번 기준 마련으로 논술시험의 본고사 변질을 막는 일차적인 장치가 마련됐다는 반응 속에서도 기준을 교묘히 피해 나가는 문제 유형이 등장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대학별 고사의 반영 비율을 낮추는 등 근본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내어 “2008 학년도 대입 전형안은 학생부 반영비율을 높여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인데도 논술 유형만 규제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며 “대입에서 대학별로 치르는 논술고사의 영향력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게 본질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박용현 이호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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