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금융권에서 발생한 양도성 예금증서(CD) 위조사건은 위조 규모가 4450억원에 이르고, 증서 발행을 의뢰한 기업 직원들과 은행 직원, 위조범 등 10여명이 공모한 조직적 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30일 “증서를 빼돌려 현금화한 뒤 200억원을 가로채 중국으로 달아났던 ㅈ은행 차장 김아무개(40)씨가 이날 자진 귀국함에 따라 김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며, 위조 예금증서 발행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7명의 출국을 금지하고 국외로 달아난 6명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와 김씨의 고교 동창이자 ㄱ은행 과장인 신아무개(41·도주중)씨 등이 예금증서 위조 일당, 유령회사 직원들과 짜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정황을 잡아, 일부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신씨 등은 지난해 12월 ㅎ토지신탁과 ㅎ전기공제조합이 예금증서 발행을 의뢰하자 위조한 증서를 내주고 진짜 증서를 가로채 이를 공모자 유아무개씨가 운영하는 유령회사 ㅁ물산에 넘긴 뒤 증권사 등을 통해 현금화했다. 김씨 등은 이런 수법으로 올해 7월까지 모두 28회에 걸쳐 4450억원 규모의 양도성 예금증서를 위조·유통시켰으며, 이 중 85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ㅎ토지신탁과 ㅎ전기공제조합이 회사 규모에 맞지 않게 수천억원대의 예금증서 발행을 의뢰한 점, 28차례나 예금증서를 발행하면서 위조임을 알아채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내부 공모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김씨가 “예금 유치 실적을 높일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이용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도주 중인 김씨의 친구 신씨를 검거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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