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황찬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회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들으며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황 “김기춘 실장이 내정 통보”
야 ‘고위 법관의 행정부 직행’ 질타
여 “후보 적격성 따질 자리 아니다”
야 ‘고위 법관의 행정부 직행’ 질타
여 “후보 적격성 따질 자리 아니다”
* 황찬현 : 감사원장 후보자
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황찬현(60)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적격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이날 국감장은 감사원장 후보자의 ‘예비 인사청문회’ 자리를 연상하게 할 만큼 여야 의원들이 치열하게 언쟁을 벌였다. 황 원장은 “기춘 대원군(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감사원장 내정을 통보받았냐”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사법부 고위 법관이 행정부로 ‘직행’하는 게 사법부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황 원장을 질타했다. 박영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국정감사를 시작하며 “법관이 계속 고위 관직으로 가는 데 대해 사법부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사법부와 행정부가 이런 식으로 인사교류를 하는 것은 삼권분립이 아니라 삼권융합 같은데, (3권분립을 주창한) 몽테스키외가 울고 가겠다”며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황 원장은 “(감사원장으로 가는 것이) 사법부 독립과 직접 관계 있는 걸로 보여지지 않는다. (감사원장에) 법관 후보자를 선택한 것은 감사원 독립과 중립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이 황 원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자 여당 의원들은 ‘황 원장은 국정감사 자리에 중앙지법원장으로 나온 것이지 감사원장 후보자로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방어에 나섰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황 원장의 감사원장) 후보자 수락이 적절한지는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다. 감사원장으로서 적격성을 여기서 따지면 법사위가 감사원장 인사청문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황 원장은 (감사원장 후보자 수락에 대해) 답변할 의무도 권리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서울중앙지법원장이 8개월 사이 3번이나 바뀌게 됐다. 사법부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은 중요한 점이다. 개인 황찬현이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부 구성원이 독립성 보장을 위해 어떤 처신을 해야 하느냐’를 따지는 것은 국감을 하는 중요한 이유”라며 권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황 원장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 사이의 지연·학연 문제도 불거졌다. 김 실장이 경남 거제 출신이고, 홍 수석과 황 원장은 경남 마산 출신이다. 황 원장은 마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는데, 김 실장은 마산중과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유를 찾아보니 마산밖에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황 원장은 “김 실장과 사적으로 교류가 전혀 없고 홍 수석과는 모임에서 몇 년에 한 번 정도 만나 인사하는 사이”라고 답했다.
이정연 이경미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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