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수리기사 최종범씨의 빈소인 충남 천안시 성거읍 천안장례식장을 찾은 직장 동료가 절을 하고 있다. 최씨의 빈소는 이날 천안 시내에서 가까운 천안의료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천안/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하청직원 자살에 삼성 책임론 대두
고객 불만율로 하청 평가하는 시스템
협력사 직원들 강도높은 추궁 불러
“노조활동 이유로 표적감사도 부담”
고객 불만율로 하청 평가하는 시스템
협력사 직원들 강도높은 추궁 불러
“노조활동 이유로 표적감사도 부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수리기사 최종범(32·4년차)씨가 지난 31일 ‘너무 힘들었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고 자살한 사건을 두고 ‘삼성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6월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하며 설립된 협력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에 대한 원·하청의 관리·감독이나 차별이 강화되면서 노동자들이 극도의 갈등구도로 내몰린 게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일 “최씨가 고객 평가와 관련해 사장에게 욕설과 함께 인격 모욕적인 질책을 심하게 받았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표적감사 대상이 돼 심적 부담도 많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인 천안서비스센터 이아무개 사장이 지난 7월 원청에 접수된 고객불만(VOC)을 두고 최씨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질타한 게 그를 죽음으로 내몬 한 원인이 됐다는 얘기다. 해당 고객은 ‘최씨가 수리 중 짝다리를 짚었다’며 시비를 붙였다고 한다.
숨진 최씨가 지난 9월 공개한 통화 녹취록을 보면, 이 사장은 최씨에게 “너 오늘 브이오시(고객이 접수한 불만) 띄운 거 있었냐”며 추궁하기 시작해 “×마, ×끼야, 고객이 주장하는 게 있으니까 너가 지져불던지 칼로 찔러서 조사서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버리던지 해야지… 고객을 잡으려면 확실히 개 잡듯이 잡아버리란 말이야… 내일 사장 와서 무릎 꿇고 빌라는데… 내(가) 갈 것 같아?”라고 몰아붙였다. 최씨는 이 사장에게 “오늘 있었던 일 그대로 이야기해드리겠다… (고객) 기분은 맞춰줄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은 트집 잡으려고 처음부터 마음먹은 사람이다”라며 해명 의사를 밝혔으나 이 사장은 막무가내였다. 최씨는 이 사장에게 “왜 브이오시를 그렇게 무서워하세요?”라고 반문하면서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삼성의 ‘하청 관리’ 시스템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서비스가 끝난 날부터 6개월 동안 본사 콜센터에서 고객에게 전화해 하청 업무에 대한 만족도를 묻고, 그밖의 경로로 접수되는 고객불만을 채집한다. 이를 ‘고객 불만율’과 ‘VOC 발생률’로 계량화해 하청의 평가지표로 삼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협력사 사장→협력사 기사’ 순으로 강도를 높여가며 추궁이 이뤄지는 셈이다.
특히 노조 결성 이후 삼성 쪽의 협력사 폐쇄 협박, 조합원 탈퇴 종용, 표적감사 등이 전국적으로 거듭돼 왔다. 천안서비스센터도 센터 수리기사 90여명 가운데 최씨를 포함한 노조원 8명만 찍어 지난달부터 감사를 진행해왔다. 최씨의 한 동료는 “50명이 넘는 내근기사 중 조합원 4명(전체 7명)만 지난달 중순 감사하기 시작했고, 이어 외근기사도 최씨를 포함해 노조원만 4명(전체 35명)을 감사해왔다. 삼성이 3년치 서비스 내용을 따져 문제가 없는지 직접 감사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숨지기 전날인 지난 30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 대화방에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날 최씨의 자살에 대해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천안서비스센터 이 사장이 보내왔다는 편지를 공개하며 “(최씨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월평균 410만원 정도의 급여를, 최근 3개월 동안에는 505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밝혔다. 욕설이나 감사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금속노조는 이날 ‘삼성자본에 의해 타살된 최종범 열사 대책위’를 구성하고 “1일부터 삼성전자 천안서비스센터 앞에서 촛불집회를 여는 등 삼성을 상대로 요구안을 마련해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임인택 이형섭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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