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시작 뒤 메모 부정행위로
법원 “소송 대상 아니다” 각하
법원 “소송 대상 아니다” 각하
한 중학생이 중간고사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0점을 받자 학교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생인 ㄱ(15)양은 지난 5월 1학기 중간고사 때 1교시 시험을 마친 뒤, 쉬는 시간에 2교시 영어시험을 준비하려고 영어 교과서를 봤다. 시험 시작 5분 전 예비 종이 울리자 감독교사의 지시에 따라 ㄱ양은 교과서를 의자 뒤에 걸어둔 가방에 넣었다. 답안지 카드가 배부되는 동안 ㄱ양은 암기하고 있던 영어문법 가운데 ‘to 부정사’ ‘동명사’ 용법으로 쓰이는 동사들을 책상 위에 적어뒀다. 이어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학생들은 시험을 치렀다. 시험이 끝난 뒤 청소시간에 이 메모를 본 학생이 담임선생님에게 알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며칠 뒤 학교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ㄱ양의 행위가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점수를 0점으로 처리했다.
ㄱ양의 부모는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참고할 내용을 적어두는 건 부정행위지만, 시험 시작 뒤 외워두고 있던 내용을 적는 건 부정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예비 종이 울리고 ‘시험이 시작됐다’는 감독교사의 말을 들은 뒤 메모를 적은 것이고,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진창수)는 “0점 처리 행위는 학업성취도 등 자료 작성의 중간 단계에 불과해 이 행위 자체로 인해 ㄱ양에게 법률상 효과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소송을 각하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