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앞당겨 내년부터 적용키로
인권침해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보조출연자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 3사가 나섰다. 보조출연자들에 대한 성폭력 등 문제가 불거진 촬영현장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할 방침이다.(<한겨레> ‘엑스트라 쥐어짜는 드라마 왕국’ 시리즈 참조)
6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에스비에스>(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드라마 담당자들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에서 모임을 열어 매년 4월마다 갱신하는 기존 계약 관행을 폐기하고 내년 보조출연자들의 최저임금 지급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 올해 말까지 보조출연 기획사들과 용역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 그동안은 연초부터 4월까지는 계약이 갱신되지 않아 그해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못했고 이에 따른 보조출연자들의 불만이 컸다.
차청문 한국방송 티브이운영부 팀장은 “현재 계약은 올해 5월부터 내년 4월까지로 돼 있는데, 내년 최저임금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계약을 4개월 당기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실무자들이 합의한 내용은 방송사별로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출연 기획사들은 이제껏 ‘지상파 3사가 용역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보조출연자들에게 내년도 최저임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보조출연자들은 현재 시간당 5000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5210원이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방송 3사는 2009년 벌어진 ‘엑스트라 자매 자살 사건’에 연루된 기획사 반장들의 퇴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반장 12명 가운데 7명이 지금도 기획사 반장 또는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민석 에스비에스 드라마운영팀 차장은 “이제껏 방송사들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보조출연자들의 인권 침해를 방기한 부분이 있었다. 방송사가 시정할 수 있는 부분은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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