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적경제포럼 참석차 방한한 비르지니오 메롤라(58·) 이탈리아 볼로냐 시장이 6일 서울시청에서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53)과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둘러싸고 특별 대담을 가졌다. 볼로냐는 유럽연합 안에서 소득과 행복지수에서 1~2위를 다투는 지역이다. 수백년에 걸친 협동조합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볼로냐대학은 사회적경제 분야의 ‘메카’로 불린다. 아래는 한 시간 정도 진행된 대담의 전문이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이하 정 원장)
“오늘 아침 기조연설에선 볼로냐의 사회적경제 탄생 배경, 협동조합이 도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최근 얘기를 여쭤볼까 한다. 이탈리아 경제가 어렵고 볼로냐 실업률도 3%에서 6%까지 올랐다가 다시 4%로 줄었다. 위기극복에 협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했나.”
=비르지니오 메롤라 이탈리아 볼로냐 시장(이하 메롤라 시장)
“협동조합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볼로냐의 실업률 높지 않게 유지됐다. 이탈리아 전체는 12% 정도이고 그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가 경제 위기 시대를 견디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사회적경제의 노력을 통해, 운동을 통해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 원장 “이탈리아 협동조합 중 수출하는 제조업이 많은데, 이번 위기에 타격은 없었나. 중국하고 경쟁하는 곳도 있는데, 협동조합이 경쟁에서 살아남은 비결이 있는지?”
=메롤라 시장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의 협동조합들은 수출을 많이 한다. 제조업, 세라믹, 바이오메디치, 의료기기, 의약학 분야에서 수출을 많이 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혁신을 통한 고품질, 전문화된 제품을 수출하기 때문에 중국과 인건비를 가지고 경쟁하지 않는다. 볼로냐 협동조합들의 능력이며, 모두 다 함께 산학협력을 통해 이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 원장 “볼로냐는 영세기업들과 협동조합들이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정 원장 “산업 기술화를 위한 노력, 스핀업 프로젝트(벤처 육성)라는 걸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에서 했다던데, 첨단산업 기술혁신을 위한 노력을 어떻게 했는지. 에밀리아 로마냐나 볼로냐 정부가 어떤 일을 했나.”
=메롤라 시장 “에밀리야 주에 있는 13개의 산업단지에 테크노폴(연구개발단지)을 만들었다. 테크노폴을 통해 혁신 분야를 지원한다. 볼로냐는 정보기술(IT) 산업에 많은 지원을 한다. 산학협력을 통해 새로운 분야 새 제품을 지속적 개발한다. 또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했다. 중소기업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뭉쳐서 수출을 위해 협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도 많지만 목표를 하나로 정했다. 테크노폴은 새 지역에 만들기보다 기존의 낙후된 공장을 선택했다. 대학과의 산학협력에 중점을 둔다.”
-정 원장 “일자리를 만드는데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가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실제 어떤 정책을 써서 일자리를 늘렸나.”
=메롤라 시장 “소위 소득, 번 것을 다시 협동조합 안에 투자하는 게 협동조합의 목표, 정책이랄 수 있다. 그런 재투자를 통해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기회를 닦는다. 협동조합은 교육, 건설, 복지 분야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독립적 협동조합들이 하나로 뭉쳐서 거대한 협동조합을 이루고 있고 그 거대한 협동조합이 시장을 형성한다. 지역기반에 뿌리를 두지만 거기서 크게 뻗어나간다고 볼 수 있다. 경쟁력을 얻게 되고 실업률을 낮출 수 있게 된다. 핵심 열쇳말은 수익을 재투자하는 것이다.”
-정 원장 “성평등을 강조하더라. 다른 이탈리아 지역보다 여성 고용율이 10%포인트가량 높더라. 실제 그런 정책을 쓰나.”
=메롤라 시장 “레주 에밀리아 지역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다. 유아원 유치원이 많다. 이게 많으면 여성들이 일할 기회가 많아진다. 교육기관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이 여성 고용율을 높였다. 그런 조건을 많이 만들어준 게 다른 이탈리아 지역과 차별점이다.”
-정 원장 “시민들의 참여도 중시하더라. 시민들이 정책에 참여하는 방식이 뭔가. 참여의 메커니즘은 어떠한가.”
=메롤라 시장 “여러 참여의 형태가 존재한다. 선거도 있고, 지역마다 이사(자치회 위원)가 있다. 동마다 자치위원회가 있다. 볼로냐는 9개 자치구역(일종의 자치구 또는 자치동)으로 나뉘어 있다. 자치위원들끼리 모여 현안 문제를 논의한다. 또 공공기관이나 시청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받는 사람이 있다. 청취기구와 관련 위원이 있기 때문에 이런 위원들을 통해 일반인 관심사나 의견을 청취한다.
볼로냐 지역은 또 협회(아소치아지오네 associazione)가 많다. 분야도 다양하다. 공무원, 양로원, 도시텃밭, 노인봉사, 축구, 수공업자 등 여러 분야에 협회가 많다. 협회 참여가 참여로 연결된다.”
-정 원장 “볼로냐는 여러가지로 모범적인 도시다. 볼로냐 인구는 40만, 서울은 1천만이다. 볼로냐의 경험을 서울에서 모방한다면, 서울이 볼로냐를 배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메롤라 시장 “어제 박원순 시장과 인터뷰를 했는데 시장께서 확고하고 좋은 생각을 갖고 있더라. 가장 중요한 것은 밑으로부터 시민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다. 시민으로부터 시작해야한다. 시민의 노력을 시가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천만 인구는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연합체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많은 시민들이 도시의 삶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혼자 고립적으로 놔두는 일이 없어야 한다.
서울시가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고 있더라. 위로부터 결정되면 틀림없이 실패한다. 모든 것을 결정하는데 있어 시민들이 참여하는 민주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는 이런 과정을 지원하고 돕는 구실을 해야한다.”
-정 원장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있나?”
=메롤라 시장 “지역 개발 때 시민들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한다. 주차장을 어디에 놓고 시장을 어디에 배치하고 상점의 위치를 정하는 구역정비 때 시민들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시청에서 유도한다.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에 따라 구역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한다. 만약 마지막까지 시민들 간의 생각의 차이로 결정이 안 된다면 최종 결정은 시장이 한다. 시장의 판단은 다음 선거에서 주민들이 한다.”
-정 원장 “볼로냐는 사회적경제의 역사가 오래 됐지만 서울은 이제 막 시작했다. 우리가 따라잡을 비결이 있을까.”
=메롤라 시장 “위기의 시기에 기회가 있다. 위기라고 해서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존재한다. 위기를 극복하려는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한국인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다이나믹하고 용기가 많은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필요한 것은 과거에 대해 특별한 향수를 갖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는 혁신이나 새로운 것을 희미하게 가리는 것이다. 과거라는 감옥 속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다.”
-정 원장 “협동조합에 대해 이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메롤라 시장 “초기엔 사회주의나 가톨릭교회와 관련된 사람들이 주로 이런 협동조합을 설립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좌파나 우파 같은 것이 없다. 볼로냐도 과거엔 협동조합을 좌파, 가톨릭, 공화당 협동조합 3가지로 나눴지만 10년 전부터 이들은 하나의 연맹으로 묶였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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