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9월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임명장 수여식에 배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김 비서실장 옆에 고개 숙인 이가 윤창번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이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청와대 비서관 재산내역 보니
홍경식 25억·박준우 38억
연 1~2억씩 ‘초고속 증가’
김 비서실장은 예금만 27억
윤창번, 11억상당 주식 보유
백지신탁 보류 논란 일어
홍경식 25억·박준우 38억
연 1~2억씩 ‘초고속 증가’
김 비서실장은 예금만 27억
윤창번, 11억상당 주식 보유
백지신탁 보류 논란 일어
* 윤창번 : 미래전략수석, 김기춘 : 비서실장
7일 재산이 공개된 청와대 ‘2기 비서진’ 5명은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며 해마다 급격히 돈을 불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평균 50억원이 넘는 재산을 갖고 있어 지난 5월 공개된 박근혜 정부의 국무위원과 비서실·경호실 등 차관급 이상 공무원 19명의 재산 신고액 평균과 비교해도 두배 이상 많았다.
■ 평균보다 빠른 재산 증가 속도 청와대 ‘1기 비서진’ 인사들의 평균 재산은 18억3869만원이었다. 이번에 재산을 공개한 비서진 가운데 1기 비서진 평균에 못 미치는 재산을 보유한 이는 10억7093만원을 신고한 최원영(56)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이 유일했다.
재산을 불리는 속도도 빨랐다. 최 수석을 제외하면 모두 재산이 처음 공개된 연도부터 올해까지 1년마다 평균 1억원이 넘는 돈을 불려왔다.
올해 처음 재산을 공개한 윤창번(59)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을 빼고 나머지 2기 비서진의 자산 증가 속도를 따져본 결과, 자산 상위 20%에 속하는 이들보다 훨씬 빨리 재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 17억9910만원을 신고한 김기춘(74) 청와대 비서실장은 올해 39억37만원으로 매년 평균 1억2360만원가량 재산이 증가했다. 2006년 21억4333만원을 신고한 박준우(60) 정무수석비서관 역시 8년 새 38억9020만원으로 재산이 늘었다. 홍경식(62) 민정수석비서관도 2000년부터 올해까지 한해 평균 1억7774만원씩 재산을 불렸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2011년에서 지난해까지 국내 가구의 자산은 평균 수백만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산 총액 상위 20%는 1년에 5000만~6000만원가량 재산이 증가했지만 청와대 비서진들에 견주면 적은 편이다.
■ 최근 재테크, 현금이 대세 청와대 비서진의 재산 불리기는 자산가들의 ‘재테크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발 빠르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며 일반인보다 앞서 돈이 되는 재산을 취득한 뒤 가격이 떨어지면 재빠르게 되팔고 안정적인 투자처를 다시 찾는 식이다.
예전에는 부동산이나 골프장 회원권 등이 돈을 불리는 대표적인 방법이었다. 김 비서실장은 1996년 ‘서울컨트리클럽’ 골프장 회원권을 1억5300만원에 샀다. 이 회원권은 2008년 4억75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 비서실장의 배우자가 2001년 1억6000만원에 산 오크밸리클럽 골프장 회원권도 2008년 4억7500만원으로 올랐다. 오크밸리클럽 회원권은 처분했다.
대신 예금 자산이 늘었다. 김 비서실장은 2008년 19억5648만원이던 예금이 올해 27억7157만원으로 증가했다. 2008년 1억5626만원이던 박준우 수석의 예금도 올해에는 12억4207만원으로 뛰었고, 홍경식 수석 역시 최근 5년 동안 10억원 이상 예금을 늘렸다.
침체에 빠진 부동산 투자를 피하고, ‘고위험 고수익’보다는 안정적인 예금으로 갈아타는 최근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추세 그대로다. 한 시중은행의 투자 담당자는 “몇년 사이 투자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고액 자산가들은 현금 등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주식 백지신탁 보류 논란 이번 재산공개에서는 140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가진 윤창번 수석이 새 정부 최대 자산가로 등극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제까지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했던 조윤선(47) 여성가족부 장관보다 두배 이상 많다. 윤 수석은 배우자 명의로 신고한 116억5600만원에 이르는 주상복합건물을 비롯해 19억7235만원의 예금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윤 비서관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씨제이이앤엠(CJ E&M)과 엔씨소프트 등 4억9177만원에 이르는 24종목의 상장주식을 본인 명의로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윤 수석의 배우자도 6억4486만원에 이르는 15종목의 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본인 및 이해관계자의 3000만원을 초과하는 주식은 모두 백지신탁해야 하는 공직자윤리법 규정에 어긋나지 않냐는 논란도 인다. 백지신탁 여부를 심사하는 안전행정부의 관계자는 “(윤 수석이) 9월 주식 백지신탁 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는데, 미래전략수석 자리가 처음 생긴 관계로 (직무 관련성) 판단이 어렵다고 10월 보류 판정을 했다. 25일 다시 위원회 심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미래전략수석은 미래성장 동력을 찾는 역할로 과학기술, 정보방송통신 등 광범위한 분야를 맡고 있는 만큼 업무 관련성이 있으면 주식은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선식 박승헌 박기용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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