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금융당국서 ‘인출 자제’ 당부
“실질 이율 높은 수협으로 옮겨” 해명
“실질 이율 높은 수협으로 옮겨” 해명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부부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정부의 ‘인출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 예금 5000여만원을 조기 인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대전지방법원장이던 황 후보자는 금융당국의 호소를 뒤로하고 일반 예금자들과 같이 인출에 나서, 공직자로서의 자질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겨레>가 김기식 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오릭스저축은행의 ‘고객종합거래현황’ 자료를 보면, 황 후보자 부부는 2011년 7월25일 정기예금 계좌 4개에서 모두 5754만원을 만기 8개월 앞두고 빼냈다. 황 후보자는 오릭스저축은행에 2011년 3월28일부터 1년 만기 금리 5.1% 조건으로 각각 1254만원, 500만원짜리 정기예금 2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황 후보자의 부인 임아무개씨도 같은 은행에 같은 조건으로 각각 3000만원, 1000만원짜리 정기예금 2개를 갖고 있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영업정지와 예금 이탈의 악순환을 우려해 ‘인출 자제’를 당부했다. 그해 1월 삼화저축은행에 이어 2월 부산저축은행 등 7곳이 영업정지됐고, 9월에도 토마토저축은행 등 7곳이 영업정지됐다.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대거 예금 인출에 나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지자,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은 “절대 예금 인출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여러분이 다 돈을 빼가시면 우리는 영업정지를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같은 은행에 보유한 예금 등 채권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은행이 망해도 보전해주도록 돼 있어, 황 후보자 부부가 5000여만원의 예금을 굳이 인출할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황 후보자 부부는 2011년 말 예금 재산만 4억9630만원을 보유한 상태여서, 고금리인 저축은행 예금을 굳이 만기 전에 중도해지할 다른 이유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사태 때 저축은행 예금을 빼낸 고위공직자는 황 후보자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인사청문회에서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2011년 저축은행 계좌 4곳에서 예금 5000만원씩을 모두 인출한 데 대해 “앞으로 좀더 분별있게 행동하겠다”고 사과했다.
황 후보자 쪽은 “자택 인근에 있는 단위 수협의 금리가 5%이고 오릭스저축은행은 5.1%인데, 수협의 이자소득세가 1.4%로 낮은 편이어서 실질금리는 오히려 더 높아 예금을 옮겼다”고 해명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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