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천연기념물 제431호인 충남 태안의 신두리 해안모래언덕을 훼손한 것과 관련해 환경단체들이 주한미군 사령관의 공식 사과와 신두리 사구 일대에서의 모든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문화재청이 파문 축소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한겨레> 8월31일치 12면 참조·▷관련기사 참조)
녹색연합은 31일 성명을 통해 “미군은 태안군과 환경단체의 철수 요구에도 즉각 철수하지 않고 훈련 지속을 주장하다 뒤늦게 물러갔다”며 “외국 군대에 의한 문화재 훼손도 참담하지만, 한 나라의 문화재를 훼손하고도 안하무인격인 이들의 태도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또한 “이번 사태는 미군이 사구에서 500여m밖에 안 떨어진 곳에 해상사격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미군 쪽에 “해상사격장을 폐쇄하고 신두리 사구 일대에서 모든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신두리 사구는 단순한 모래언덕이 아니라 멸종위기 사구식물인 초종용과 해당화 등 다양한 식물과 표범장지뱀, 금개구리 등 멸종위기 동물이 서식하는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이어서 정확한 피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동원한 현장조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사고 발생 10일이 지나도록 현장에 한 번 와보지도 않고 지자체 관계자들의 보고를 바탕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김금호 자연유산부장은 “문화재청은 사구 보호활동을 위한 환경단체의 출입까지도 엄격히 통제해 왔다”며 “그런데도 이번 사태에는 이처럼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훼손 주체가 미군임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도 “문화재청은 이제라도 정확한 피해 실태를 조사해 국민에게 공개하고,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문화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