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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20년 식물인간’ 아들 돌보던 아버지, 아들과 함께…

등록 2013-11-18 17:17

“아들아 미안하다” 내용 적인 유서 발견
 20년 넘게 식물인간으로 누워 지내던 아들을 돌보던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질러 아들과 함께 숨졌다.

 18일 새벽 1시37분께 충남 당진시 송악읍 김아무개(55)씨 집에서 불이 나 김씨와 둘째아들(31)이 한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은 근처를 지나던 차량 운전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120㎡가량의 집 안을 태우고 1시간여 만에 꺼졌다. 김씨의 집 근처에 있던 김씨 소유의 차량 안에서는 ‘아들아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김씨의 부인은 전날 남편과 말다툼을 벌인 뒤 근처 아파트에 사는 큰아들 집에 머물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김씨의 아들은 6살 때 대형 화물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5년 가까이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뒤 집에서 지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아들은 뇌병변 1급 장애로 눈만 깜박깜박할 뿐 의식이 없어서 대화는커녕 용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상태인데, 김씨 부부는 아들을 정성껏 돌봐왔다. 이날 불을 끄러 출동한 소방관들이 처음에는 사망자가 김씨뿐인 것으로 착각할 만큼 아들의 체격이 작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김씨는 공장 등에 가스를 배달하는 일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차량에서 유서가 발견됐고, 집 거실에 인화물질을 뿌린 흔적이 있으며, 전날 부인과 다툰 뒤 술을 마셨다는 유가족의 진술 등에 비춰 평소 자신과 아들의 처지를 비관하던 김씨가 집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남희 당진경찰서 수사과장은 “함석으로 지붕을 인 낡은 집이라서 불을 끄는 데 1시간 넘게 걸렸고 이 과정에서 지붕도 무너져 주검이 많이 훼손됐다. 숨진 김씨가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당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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