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군사쿠데타 직후 간첩으로 몰려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에 끌려가 조사를 받다가 숨진 위청룡(1915~1961)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유족이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22부(재판장 여상훈)는 수사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간첩 누명을 씌워 명예를 훼손했다며 위 전 국장의 유가족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국가는 유족들에게 위자료 11억2333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위 전 국장은 평양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직전 월남했다. 그는 1950년부터 검사 생활을 시작해 1961년 7월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됐다. 같은해 11월 중앙정보부는 위 전 국장을 영장 없이 연행해 20여일 동안 가두고 조사했다. 현금 94만3012원도 압수했다. 중앙정보부는 북한에 있는 아버지의 편지를 공작원한테서 전달받았다는 이유를 대며 위 전 국장을 간첩으로 몰았다. 위 전 국장은 조사를 받던 중 숨졌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2년 1월 ‘북괴 간첩으로서 죄상이 드러나자 자살했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하지만 위 전 국장이 간첩이라는 증거는 없었고, 편지를 전달한 공작원의 간첩 행위도 입증되지 않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7년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위 전 국장이 간첩이라고 볼 근거가 없고 그를 간첩으로 단정해 발표한 것은 인격권 침해”라고 밝혔다. 위 전 국장이 고문이나 가혹행위로 숨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는 불법행위로 인해 망인과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1심 재판부가 산정한 위자료 5억3666만여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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