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때문에 비좁은 우리 수용
먹이 주려고 들어가다 목 물려
먹이 주려고 들어가다 목 물려
24일 오전 10시10분께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호랑이 임시 우리에서 사육사 심아무개(52)씨가 3년생인 시베리아산 수컷 호랑이한테 물려 중태에 빠졌다. 호랑이가 우리를 나왔을 당시 주변에 관람객이 없어 추가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과천소방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심씨는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려고 실내 방사장 문을 열고 가다 우리 통로에 있던 호랑이로부터 목을 물려 쓰러졌다. 심씨는 이후 10여분간 방치되다 때마침 근처를 지나던 식물원 휴게소 근무자 전아무개(56)씨에 의해 발견됐다. 심씨는 경기도 안양 한림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이 없는 상태다.
출동한 경찰은 임시 우리 뒤편 방사장에서 호랑이와 10여분간 대치하다 오전 10시38분께 호랑이를 우리 안으로 가뒀다. 서울대공원 쪽은 호랑이가 우리를 나왔을 당시 주변에 관람객이 없어 추가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방사장 밖 통로의 이중문 높이가 성인 남성의 키보다 낮아 호랑이가 이중문을 뛰어넘었더라면 관람객을 위협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랑이는 서울대공원 호랑이숲 조성 공사 때문에 올해 4월부터 비좁은 현재의 임시 우리로 옮겨진 상태였다.
서울대공원에서는 2004년과 2010년에 각각 늑대와 말레이곰이 한 마리씩 우리를 탈출한 적이 있는데도 철저한 안전관리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육사들이 청소를 하려고 방사장 문을 열었는데 잠금장치를 제대로 걸지 않아 호랑이가 탈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대공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과천/홍용덕 기자, 박기용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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